“야아, 정형근이 살아 남기 위해서 정말…. 무섭다, 무서워. 유시민이가 이렇게 변해야 하는데.”
PBC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을 진행하는 장성민 전 의원이 10일 생방송 도중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방송용 멘트도 아니고
의도했던 발언도 아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을 인터뷰하던 도중 PD와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그대로 전파를 타버린 일종의 방송사고였다.
장 전 의원은 정 의원의 무엇에 놀라 방송사고까지 냈을까.
발단은 이랬다.
장 전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에서 가장 보수파로 알려진 정 의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계획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장 전 의원은 내심 독설 섞인 비판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김대중 저격수’로 사사건건 햇볕정책을 비판했던 정 의원의 답변은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그는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큰 아젠다가 있을 경우 순회대사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방북해서 남북간 고착된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평가 했다.
뜻밖의 긍정답변을 들은 장 전 의원은 “많이 달라졌네”라고 느낌을 피력한 뒤 자신의 말이 방송에 나가지 않는 줄 알고 PD에게 놀라움을 섞어 앞의 말을 했다.
장 전 의원이 정 의원을 유시민 장관과 비교한 것은 인터뷰 초반 국회 복지위원인 정 의원과 유 장관에 대한 청문회 내용을 주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장 전 의원은 이날 방송 뒤 통화에서 “진행자와 PD간 내부 의사소통을 위한 토크백(talk back) 장치가 있는데 여기서 편하게 얘기한 게 전파를 탔다”며 “국정원 출신으로 대북문제에 가장 완고하다던 정 의원이 많이 변한 것 같아 진짜 의외였다”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