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1,000만 관객 돌파는 최근 불붙은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 지지자들은 ‘왕의 남자’의 흥행 성공을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선 한국 영화의 자생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8일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 등을 보면 우리 영화 수준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외국 배급사가 자기 영화 상영을 미끼 삼아 국산영화의 상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인의 시각은 다르다. 스크린쿼터 축소 지지자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는게 이들의 입장이다. 스크린쿼터라는 안전판이 있었기 때문에 ‘왕의 남자’ 같은 영화가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는 논리다. 심재명 MK픽처스 사장은 “특정 영화 한 편의 흥행 성공을 두고 자생력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며 “아무리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다 해도 미국영화와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왕의 남자’로 일약 톱스타로 떠오른 이준기도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왕의 남자’처럼 저자본 영화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왕의 남자’ 제작사인 씨네월드와 이글픽쳐스는 이런 논란 속에서 1,000만 관객 동원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이들은 영화계의 침울한 분위기 등을 고려, 자축 행사나 기념식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가 스크린쿼터 축소의 빌미를 준듯해 마음이 편치 않다. 스크린쿼터 일수가 현재의 절반인 73일이었다면 ‘왕의 남자’가 과연 제작될 수 있었겠느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