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그제 공개석상에서 정치권의 노동 편향 입법을 우려하며 ‘기업인 파업’을 언급한 것은 무척 당혹스럽다. 정치권이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비정규직 법안 등을 재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을 원색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표현의 내용과 강도가 도를 넘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경총은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정치권과 노동계가 곧바로 ‘대국민 협박’ ‘노사대화 찬물’이라고 발끈하는 것을 보면 사려깊은 언행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회장이 대변한 재계의 정서마저 지나칠 일은 아니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선심성 노동편향 입법이 이 땅의 기업들에게 사업을 접고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으로 옮겨가게 하는, 혹은 그럴 기회를 모색케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간제 고용사유 제한 문제 등으로 국회에서 표류중인 비정규직 입법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재계는 이미 지난해 12월 “국회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입법을 경쟁적으로 추진해 심히 우려된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물론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일자리가 창출된다”거나 “지금 노동조합은 ‘경제조합’이 아니라 ‘정치조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 회장의 발언도 논점의 한 면만 지적한 편향성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노동계가 국가경제에서 점하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몫의 확대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과거 같으면 ‘재계의 청부 대변자’라고 무시했을 법도 한 경총의 주장이 주목받는 배경을 잘 따져보란 얘기다.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도 어제 퇴임식에서 “상대적으로 변화에 뒤처진 노동계, 특히 노조가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투명경영과 공정경쟁을 전제로 달았지만, 자율과 책임의 합리적 노사관계 확립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한다는 당부는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이 노사문제라는 점에서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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