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논하는 수많은 책들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훌륭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한다. 그 중 다수가 리더십 자체보다는 ‘집단의 목표나 내부 구조의 유지’라는 필요성에 초점을 둔다. 조직 관리나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십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도구적인 의미로 이해하는 경우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쉴라 머레이 베델은 ‘리더’(원제 ‘Making a Difference’)에서 리더 또는 리더십에 대한 이런 관점을 거부한다. 리더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것처럼, 정해진 목표를 향해 조직원들을 잘 끌고 나가는 기술이 아니다. 권력자나 혁명가처럼 다수의 대중 앞에서 그들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는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리더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큰 변화든 작은 변화든(대개 작은 데서 출발하지만 훌륭한 리더는 서서히 많은 사람을 바꾸고 그래서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 어떤 어려움을 겪느냐에 대한 관심과 깨달음’을 갖고, ‘상황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열정’을 지닌 사람이 리더다. ‘그들은 열정을 갖고 의미 있는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어’하며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는 노동자의 처우를 앞장서 개선해가는 노동운동 지도자나 업적을 쌓아가는 대통령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장 노동자이고 회사 관리자이며 기업 중역, 가정주부, 성직자, 판매사원, 소규모 자영업자, 시의회 의원들이다. 나아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우리가 바로 리더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좋은 리더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이 있다. 저자는 ▦중요한 사명이 있다 ▦크게 생각한다 ▦윤리의식이 높다 ▦변화에 능숙하다 ▦감수성이 풍부하다 ▦결단력이 있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한다 ▦팀워크를 다진다 ▦헌신한다 등 12가지를 리더의 조건으로 꼽았다. 책에서 저자는 이 자질들이 왜 중요하며 그를 익히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리더의 자질 목록을 보고 ‘좋은 리더가 되기란 역시 어려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 자질에도 경중이 있고, 중요한 자질 한 두 가지만 갖추면 거의 리더가 될 준비는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명’이다. 댈러스 카우보이즈 풋볼팀의 톰 랜드리 감독에게 12가지 자질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이냐고 물어보는 대목이 책에 나온다. 그는 처음에는 사명과 결단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꼽았다가, 곧 사명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명입니다. 사명을 달리 표현하자면 어떤 팀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갖는 것입니다. 나는 팀원 모두에게 우리 모두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스태프와 선수 등 조직을 그렇게 조율해 놓고 나면 리더십과 관련된 다른 것들은 저절로 굴러갑니다.”
우리의 이웃 같은 사람들이 이런 자질을 갖추고 세상을 변화시킨 숱한 사례를 들어가며 이 책은 리더십이 얼마나 우리와 가까이 있는 것인지, 그것이 세상을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 지를 따뜻하게 들려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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