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기술과 사회ㆍ이장규 홍성욱 지음ㆍ지호 발행ㆍ1만5,000원
미래를 들려주는 생물 공학 이야기ㆍ유영제 등 지음ㆍ생각의나무 발행ㆍ1만9,500원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ㆍ제임스 매클렐런 3세 등 지음ㆍ모티브 발행ㆍ2만9,000원
요즘 이과(理科) 계열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대학은 ‘의대’다. 자연 과학 학과는 물론이고 공대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봐야 박봉의 연구원 밖에 더 되겠느냐는 계산에서다.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이공계 대학 진학에 손사래 치는 것까지는 이해가지만, 이젠 수험생들이 ‘알 것 다 안다’는 표정으로 의대를 주장한다니.
자연 과학과 공학의 가능성, 공학자들이 가져야 할 윤리 의식 등을 보여주는 책 몇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공계 학문의 무한한 잠재력에 미처 눈 뜨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는 순수한 열정과 영감을, 과학 기술의 역사나 공학의 미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읽을 거리가 될 만하다.
‘미래를 들려 주는 생물 공학 이야기’는 생물 공학의 핵심 기술을 분야별로 알기 쉽게 풀어 썼다. 불치병에 도전하는 바이오 의약, 바꿔 끼우는 인공 장기, 바이오가 해결하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 웰빙 시대의 먹거리, 바이오 칩과 바이오 전자 공학의 세계 등 이른바 ‘BT’가 얼마나 경이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바이오 의약에서는 ‘동물 세포에서 생산된 치료용 단백질을 약처럼 이용한다’는 아이디어가 기술 개발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에게 질병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세포 내의 단백질 기능이 저하되거나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 지기 때문인데, 이 기술이 적용 가능된다면 많은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또 환경 오염 문제는 저온이나 고온, 고압, 초건조, 강산, 강알카리의 극한 상태에서 적응하는 ‘극한 환경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20명이 넘는 필자를 대표해 유영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생물 공학의 발전은 생물 공학자만의 몫이 아니다”라’며 “생물 공학을 이해하고 지원해 주는 많은 국민이 있을 때 발전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 공학을 전공한 이장규 서울대 교수와 과학사ㆍ과학철학 전공자인 홍성욱 서울대 교수가 쓴 ‘공학 기술과 사회’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는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기술 사회론’ 입문서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건 사실이지만 심각한 위험과 논쟁 역시 촉발시킨다고 저자들은 본다. 정보 통신 네트워크가 인류에 이익을 안겨주었지만 그로 인한 문제를 수반하는 것처럼 기술이란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엔지니어가 기술을 무조건 가치 중립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 자신이 든 칼이 결국 어떤 쪽으로 쓰일 것인지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엔지니어는 창조적 작업을 추구하고 변화에 대한 자세를 확립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기술이 초래할 위험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 기술이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려면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를 읽는 것이 좋다. 선사 시대 인류가 최초의 돌 도구를 만든 때부터 원자 폭탄 개발에 이르기까지 입증된 과학 기술의 영향력을 연대기별로 짚어나간 이 책은 신 과학 기술을 흔쾌히 수용한 사람들이 역사의 물꼬를 바꾸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중국과 이슬람의 과학 문화가 얼마나 찬란했는지 설명하면서 과학이 유럽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나게 해 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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