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맡게 될 하마스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마스의 테러 포기와 변신을 촉구하면서 하마스 불인정 입장을 고수해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9일 마드리드에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하마스는 민주적 선거로 권력을 잡았고 러시아는 가까운 장래에 하마스 지도부를 모스크바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심을 존중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 EU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곧바로 “초청을 받으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의도가 무엇이며,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 정부도 “러시아는 중동평화 회담의 일원으로 계속 남을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움직임이 하마스가 무장투쟁을 포기하고 이스라엘을 인정하도록 노력해온 미국의 입장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러시아도 미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전제로 한 4자 중동 평화협상의 당사자였음을 강조했다.
알렉산더 카루긴 러시아 외무부 중동특사는 10일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하마스를 초청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하고 무장투쟁노선을 포기할 것을 설득, 중동평화협상의 일원으로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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