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 미국인 하인즈 워드의 슈퍼볼 MVP 선정 이후 신문과 방송은 연일 그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다양한 화제들을 쏟아내고 있다. 헌신적인 노력으로 아들을 키워낸 자랑스러운 어머니와 절반의 핏줄인 한국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성공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이야기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데는 한국사회의 대표적 고질 중 하나인 혼혈인에 대한 차별 의식에 대한 건강한 문제제기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이제 ‘워드 신드롬’은 단순히 영웅 탄생의 추종이 아닌, 우리 사회의 그늘을 돌아보게 하는 시대의 거울이 되고 있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혼혈인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올바른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워드 신드롬을 바라보며 한쪽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재외 동포들이다. 워드와 관련한 보도들은 그가 혼혈이라는 이유로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던 상황들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지만, 그가 현행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외동포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은 무심코 지나치고 있다.
학계 추산에 따르면 전체 재외동포의 숫자는 700만을 헤아린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배려와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워드처럼 잘 사는 나라의 동포, 특히 성공한 동포에 대해서는 환호와 우대를 보내지만 절대다수의 못 사는 동포, 능력 없는 동포는 여전히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그들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재외동포기본법’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는 중국 내 조선족 문제 등 혹시나 있을지 모를 외교마찰을 우려해 이 법의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재외동포 정책에 조금 더 당당해져야 한다. 한국전쟁과 분단이 오늘날의 워드를 낳았듯이, 수많은 재외동포들이 이 땅을 떠난 데는 일제 강점기의 강제 동원,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 등 우리의 아픈 현대사가 배어 있다.
이번 워드 신드롬을 계기로 우리들 자신에 대한 유, 불리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바탕으로 동포사회 전체를 끌어안는 성숙함을 우리 사회와 정부에 기대해 본다.
손동주 지구촌동포청년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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