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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디지털 SLR 카메라 동호인 많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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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디지털 SLR 카메라 동호인 많아졌네

입력
2006.02.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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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해질 무렵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영화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입춘이라는 절기를 무색케 하는 가운데 100여 명이 일렬횡대로 기다란 줄을 형성했다.

추위에 굽은 손을 입으로 호호 불면서도 장엄한 일몰을 기다리는 이들의 얼굴은 어린 아이처럼 들떠있다. 그들 앞에 놓인 삼각대 위 카메라는 시간 속으로 사라질 찰나를 영원으로 간직하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늘은 글렀어. 다음 주에나 다시 와야겠는걸.” 어둑해진 하늘 위를 얄궂은 회색구름이 뒤덮으며 일몰에 대한 기대는 조금씩 흐트러졌다. 그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메모리 카드에 한껏 담아가려 했던 이들은 하나 둘 삼각대를 거두며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새벽 2시 서울 수유동 집을 나서며 시작한 노유민(36)씨의 길었던 출사(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감) 여행도 아쉬움과 함께 저물었다. 하지만 “‘작품’ 하나 건졌어야 했는데”라는 미련에 굳이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출사가 주례 행사가 된 지 이미 오래. 다음 주 사진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그의 마음은 벌써 설렌다.

아날로그 시절 전문가의 전유물이나 소수 마니아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SLR(Single Lens Reflex)카메라가 새로운 여가 활동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마다 전국 유명 관광지는 디지털 SLR카메라를 걸쳐 멘 사람 들의 촬영열기로 뜨겁다.

일반 컴팩트 디카(디지털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색감과 질감을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SLR카메라의 매력. 접사 렌즈, 광각 렌즈, 망원 렌즈 등과 다양한 필터를 사용하고 조리개와 셔터 속도로 빛을 조절해 인물과 풍경을 천변만화(千變萬化)의 ‘표정’으로 그려낼 수 있다.

SLR카메라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대부분 30대 직장인. 생계에 큰 압박을 느끼지 않으면서 생산적인 취미활동을 갖지 못했던 이들은 SLR카메라로 자신의 표현욕구를 해소한다. 노유민씨는 “사람들이 홈페이지 사진을 보고 리플을 달면 기분이 뿌듯하다. 표현욕구를 실현할 수 있어 만족한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SLR카메라 확산의 일등공신은 디지털 기술이다. 바로 찍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속성은 필름 카메라보다 시간으로 보나 돈으로 보나 경제적이다. 40명의 회원을 이끌고 출사에 나선 인터넷동호회 ‘300D클럽’의 송영훈(36)씨는 “디지털의 인스턴스성이 젊은 세대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에 고가의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쏟아지면서 “이왕이면” 하는 심리도 많이 작용하고 있다. ‘다루기 힘들다’는 인식도 눈에 띄게 퇴색했다. 인터넷동호회 사용기를 보거나 회원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배우다 보니 달리 돈 들일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입문 계기는 소박하다. 가족의 모습을 좀 더 ‘폼’나게 찍고 싶다는 작은 욕심은 곧 취미 생활로 발전하고, 취미는 이내 특기로 변신한다.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SLR카메라를 즐기기에는 아직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카메라 몸체만 80만 원은 들여야 한다. 여기에 범용 렌즈 하나, 삼각대만 추가 구입해도 100만원을 가볍게 넘긴다. 메모리 카드 리더기, UV 필터, 후드, 가방 등 필수 소품도 지갑을 얇게 만든다.

플래시나 망원 렌즈 등을 추가 구입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렌즈와 카메라 몸체 등에 따라 결과물이 확연히 달라 지다 보니 ‘지름신’(충동 구매를 자극하는 신)의 ‘뽐뿌’(구매욕구를 충동질 하는 것)는 끝이 없다. 지난해 11월 SLR카메라를 구입한 김모(33)씨는 “사진을 일단 찍다 보면 렌즈 욕심이 생긴다. ‘돈 먹는 하마’라는 생각도 들지만 하나하나 장비를 장만할 때 마다 기분이 뿌듯해진다”고 말한다.

인터넷 동호회 장터에서는 비용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교환 매매와 정보공유가 활발하다. 입문한지 3년 된 주부 최주원(31)씨는 “기존 렌즈를 팔고, 중고 렌즈를 사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며 SLR카메라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 디지털 SLR카메라는

'SLR(Single Lens Reflex) 카메라'라는 단어는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카메라다. '렌즈와 몸통(바디)을 분리할 수 있고 손바닥만한 자동카메라보다 사진이 훨씬 더 잘 나오는 제법 두툼한 카메라'라고 하면 쉽게 떠오른다.

전문적으로 단어를 설명하자면, 흔히 거리계 연동식(Range Finder)이 적용된 일반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한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는 피사체를 담는 렌즈와 눈을 대는 뷰 파인더 등 두 렌즈 사이의 시차(視差)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래서 파인더를 통해 본 풍경과 실제로 찍힌 화상이 약간 다르다. 이와 달리 SLR카메라는 한 개(Single)의 렌즈를 통해 눈으로 본 그대로 화상을 얻을 수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과거 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사진 좀 찍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것이 '디지털 SLR카메라'이다. SLR카메라의 장점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쉽게 놀라운 화상을 얻을 수 있어 일반인을 거의 전문가급으로 끌어올렸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자동 기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초보자 고르는 법

대부분의 첨단 전자제품이 그렇듯, 2~3년 전만 해도 200만~300만 원을 넘던 디지털SLR카메라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대중화를 불 붙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자신에게 부적합한 카메라를 구입할 경우 돈만 들이고 오히려 사진 실력은 전보다 떨어질 수 있다. 촬영 목적과 이용자의 수준에 맞는 카메라를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체 고르기 카메라는 크게 몸체(보디)와 렌즈로 구성된다. 보디는 고급형과 보급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초보자들은 보급형 보디를 완전히 마스터하기 전까지는 고급형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급형 보디의 성능은 제품별로 큰 차이가 없다. 초보자들은 캐논 ‘300D’, ‘350D’ 또는 니콘 ‘D50’, ‘D70’ 등 저가형을 주로 선호한다. 캐논과 니콘을 선호하는 것은 향후 사용할 수 있는 렌즈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캐논과 니콘을 굳이 비교하자면 캐논은 명암대비(콘트라스트)가 낮아 사진이 부드럽고 색이 화사하다. 반면 니콘은 콘트라스트가 높아서 색이 좀더 선명하다. 이밖에 올림푸스 ‘E-1’은 고급형 보디에서만 지원하는 방진 방습 기능을 갖고 있으며, 펜탁스 ‘istDS2’의 쌍둥이 모델인 삼성테크윈의 ‘GX-1S’는 색이 선명하며 무게가 가볍다.

▦렌즈 고르기 디지털SLR 카메라는 보급형 카메라처럼 렌즈가 함께 달려 나오지 않기 때문에 렌즈를 따로 사야 한다. 그러나 렌즈 종류가 워낙 많아 처음에는 기본 렌즈들을 묶어놓은 번들(bundle)렌즈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보통 초보자용 렌즈로 50㎜ 1.8F(초점거리/조리개 최대 개방값) 렌즈와 28-70㎜ 2.8F 줌렌즈 2개를 추천한다.

카메라에 익숙해진 뒤에는 고급형 렌즈로 옮겨가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실내에서 가까이 있는 아기 사진을 예쁘게 담고 싶거나 야경이나 풍경을 찍을 경우에는 시그마 18-50㎜ 2.8F나 탐론 17-35㎜ 2.8F와 같은 광각렌즈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 스포츠 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피사체가 멀리 있기 때문에 캐논 75-300㎜ 4-5.6F나 니콘 70-300㎜ 4-5.6F와 같은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구입할 때에는 렌즈와 보디를 연결하는 마운트가 자기 보디에 맞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액세서리 선택 메모리 카드, 여유 배터리, 필터, 리더기 등은 필수로 갖춰야 한다. 고화질 사진을 많이 촬영하려면 용량이 1기가 이상인 메모리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배터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여분 배터리를 갖춰야 한다.

필터는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가시광선 투과율을 높여주는 MCUV(Multi Coating Ultra Violet)로 준비해두면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리더기는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PC)로 간편하게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대용량 메모리 카드를 사용한다면 리더기가 있어야 손쉽게 PC로 사진을 복사할 수 있다. 이밖에 삼각대를 구입할 경우 저렴하고 가벼운 것보다 쉽게 넘어지지 않는 무겁고 튼튼한 제품을 골라야 카메라와 렌즈를 보호할 수 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 디지털SLR 카메라 초보자 관리요령

카메라는 매우 정교하고 민감한 기계이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는 ‘고밀도 회로가 고밀도로 집적된 회로 덩어리’이다. 보통 카메라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피해야 할 것은 습기와 충격과 모래. 디지털 카메라는 전류가 흐르는 기계이다. 물에 닿는 것은 물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장시간 노출되는 것도 좋지 않다.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부딪히는 일은 물론 없지만 부주의로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있다. 어깨에 둘러매고 바위가 많은 산을 오를 때, 좁은 골목을 지날 때 등등. 톡 부딪치기만 해도 회로에 문제가 생긴다.

많은 사람이 무심코 넘기는 것이 모래. 특히 바닷가에서 촬영할 때 그렇다. 미세한 모래가 렌즈나 몸체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고장의 원인이 된다. 카메라는 물론 가방을 모래 위에 놓은 것도 금물이다.

열에 약한 부분이 많다. 특히 뒤편의 액정화면을 주의할 것.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 혹은 직사광선이 심하거나 볕이 심한 곳에 오래 두는 일은 피해야 한다.

화질은 렌즈의 손질 여부에 달렸다. 부드러운 천과 먼지 제거용 브러쉬, 블로어를 갖춰 수시로 닦아주고 먼지를 털어야 한다. 군인이 소총을 손질하듯이. 렌즈에 먼지가 쌓일 경우 표면에 흠이 가게 되고 바로 화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당황스런 경우는 물에 빠졌을 때. 우선 잘 마른 수건이나 부드러운 천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다. 이 때 렌즈는 분해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당히 물기가 마르면 ‘절대로’ 다시 작동하지 말고 제조회사에 맡겨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카메라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배터리에서 누액이 흘러나올 수 있다. 본체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서늘하고 환기가 잘되는 곳에 방습제와 함께 넣어둔다.

사진부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 땡칠이, 삼백이… 카메라 이름?

“백마 질렀습니다.” “땡칠이 팔아요.”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디지털 SLR카메라 입문자에게는 관련 용어와 장비 이름이 낯설기 만하다. 작은 정보라도 얻으려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해 정보를 검색해봐도 카메라 사용안내 책자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은어들이 태반이다. 가뜩이나 전문용어에 기죽은 초보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디지털 SLR카메라를 둘러싼 은어가 많은 이유는 관련 제품명이 길거나 어려워서다. ‘지름신’의 쉴새 없는 왕림을 받는 인터넷동호회 회원들은 간단한 숫자와 이름으로 복잡한 제품명을 바꿔 부른다.

보통 ‘땡칠이’는 니콘 70D, ‘삼백이’와 ‘삼순이’는 캐논 300D, ‘스무디’는 캐논 20D 카메라를 의미한다. 캐논 1D MarkⅡ는 ‘원’ ‘디’ ‘마크’를 조합한 ‘원두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니콘 D2H와 D2X는 ‘디퉤치’ ‘디?스’로 표현한다. 후지 카메라 S1Pro, S2Pro, S3Pro는 각각 51%, 52% 53%로 통칭되는데, 영문자 S가 5자와 유사한다는 점이 작용했다.

‘백마’는 많이 사용되는 접사 렌즈 캐논 EF100㎜ F2.8 Macro USM를 가리킨다. ‘100’과 ‘마이크로’가 합쳐진 말을 줄인 것이다. 망원렌즈인 캐논 EF70-200㎜ F2.8 LIS USM은 몸체가 흰색이라서 ‘백통’으로 통한다.

성능과 가격에 따라 ‘아빠 백통’ ‘엄마 백통’ ‘아기 백통’으로 불리며 통틀어 ‘백통 가족’이라 칭한다. 가격이 저렴한 축에 속하는 시그마렌즈는 ‘싸구마’나 발음이 비슷한 ‘고구마’의 애칭을 가지고 있다.

카메라 관련제품 뿐만 아니라 여러 쇼핑몰 들도 은어로 통한다. 일부 인터넷동호회가 업체 광고가 될 수 있다면 직접적인 표현을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CJ몰은 ‘설탕몰’, H몰은 ‘감기몰’, 인터파크는 ‘공원몰’, 하이마트는 ‘안녕몰’로 표현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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