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야당의 존재

입력
2006.02.10 09:04
0 0

”차라리 국회가 없는 것이 더 낫겠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국회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정치의 부패와 비리, 유착과 결탁 등이 나라와 국민을 모독하고 갉아 먹을 때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치에 관한 숱한 비하 조롱 저주 등이 일반의 공감을 갖는 것은 우리만의 사정이 아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혐오 현상은 민주 선진국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정부가 있는 이상 국회는 있어야 한다. 설사 악(惡)이라고 해도 필요악이다.

견제와 감시, 대의로 요약되는 국회의 기능은 현실정치에서 사실상 야당의 몫일 때가 많다. 정파 대립이 심하고 대통령의 정부와 여당이 당정이라는 표현으로 기계적인 묶음을 이루는 풍토에서는 더 그렇다. 욕 먹을 짓을 아무리 했다 해도 예산과 정책으로 싸우고 정권에 맞장 뜨는 정치적 법적 지위와 권한이 보장된 존재가 야당이다.

●견제와 감시 기능은 야당 몫

민주화 과정에 제도 야당의 기여도가 얼마나 될까를 따진다면 여러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독재 아래 험난했던 야당의 길도 목숨까지 희생한 재야 학생세력과 놓고 본다면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찬바람 부는 투쟁가도에서 양김(兩金)이 민주화의 지도적 상징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차갑게 말해 양김과 야당을 민주화의 대행이나 청부 역할로 말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역할 수행은 남달랐고, 또 아무나 할 수 있던 것도 아니지만.

그제 끝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국회의 역할과 야당의 존재를 새삼 느껴 보았다. 청문이 대통령 인사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었으나 야당이 제기한 대부분의 문제들은 고위 공직을 위임하는 입장의 국민으로서 알아야 할, 또는 알고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청문석상에서 여당은 일제히 후보자들을 엄호하고, 따지는 야당을 반격하는 데 열중했지만 국회의 인사청문이 후보자의 결격 여부를 가려내는 데 목적과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는 빗나간 모습이었다.

하나의 정파로서 야당이라고 정략적이지 않을 리가 없다. 여당 뺨 치는 능수능란한 속임수로 버티고, 치고 나갈 때도 있다. 이번 청문회가 서로 간 정쟁으로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이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 청문의 한계와 부정적 측면은 제도의 허점과 불완전성에서 먼저 찾는 게 옳은 순서다. 인준권이 부여되지 않은 가운데 처음 실시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청문회가 시작된 첫 날 청와대는 참여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추천과 검증을 분리하고 크로스 체크하는 시스템이라고 자랑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었다. 일견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번에 지명된 장관들의 경우 인사추천회의의 추천과 검증을 어떤 절차와 논의대로 실행했는지를 함께 밝혔으면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인사청문 아랑곳않는 청와대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깊숙한 언급들이 논란을 더 키운 것이 1ㆍ2 인사파동이었으니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그 때 어떻게 작동됐을까 하는 생각이다.

설사 이 절차를 거쳤더라도 다시 국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 청문제도일 텐데 인사청문의 원조인 미국에 이들의 하자를 대입하면 인준 표결조차 상정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청문을 마치자 마자 무턱대고 장관임명을 기정사실화하는 청와대가 탐탁지 않은 것이 혼자만의 심정일 것 같지 않다.

이런 일을 두고 한나라당은 장외에 머물면서 청문회도 여당 혼자 하라고 될 소리, 안 될 소리 마구 외쳐댔으니, 어리석은 여러 짓들 중 하나였다. 전재희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사실의 발굴과 논쟁으로 이번 청문에 기여했다. 야당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차제에 똑바로 알았으면 한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