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수사가 한달 동안의 ‘저인망 수사’를 통해 의혹 해소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남은 것은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김선종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윤현수 한양대 교수 등 3인방에 대한 조사 뿐이다.
핵심 관련자 소환을 뒤로 미뤄온 검찰의 수사 방식에 비춰 이들 3인방이 논문조작의 주역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한쪽이 혐의를 벗으면 다른 쪽이 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게임의 형국이지만,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공모관계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쟁점별로 정리해본다.
◆황 교수는 NT_2,3번을 진짜라고 믿었나
서울대 조사결과 NT_2,3번(2005년 논문의 2, 3번 줄기세포)이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인 사실은 확인됐다. 하지만 황 교수는 적어도 NT_2,3번은 실제로 수립된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는 황 교수팀이 지난해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언 캐터링 암센터에 NT_2,3번을 제공하고 최고과학자에게 지원되는 연구비 30억원 가운데 15만 달러(약 1억5,000만원)를 국제공동연구 명목으로 송금했다는 점이다.
황 교수측은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내도 아닌 미국 연구기관에 가짜 줄기세포를 분양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황 교수팀은 또 지난해 3∼8월 서울대 의대에서 척수를 손상시킨 실험용 쥐 50마리에 NT_1,2번을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이 실험이 줄기세포의 상용화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황 교수가 당시 이 줄기세포들을 진짜라고 믿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실험용 쥐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인간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쥐 실험은 수정란 줄기세포를 투입해도 결과를 확인하는 데에는 똑같다는 점에서 당초부터 진위를 가리는 데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찰은 황 교수가 미국 연구기관에 NT_2,3번이 수정란 줄기세포라는 사실을 알고도 건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체세포가 함께 건네지지 않았다면 전혀 들킬 염려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줄기세포 바꿔치기 있었나
황 교수팀의 NT_2,3번은 2005년 1월9일 곰팡이 오염사고로 줄기세포가 죽자, 미즈메디병원에 분양돼 있던 것을 회수해온 것이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서울대 수의대 본관 연구실과 가거물에 6개씩 보관돼 있던 줄기세포가 한꺼번에 훼손된 거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를 하나도 배양하지 못한 김 연구원이 배양에 성공한 것처럼 보고하고는 거짓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오염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황 교수가 제기한 바꿔치기 시나리오도 이런 추론에 근거한 것이다. 검찰은 가능성은 있지만 진술이나 물증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바꿔치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미즈메디병원에 보관돼 있던 줄기세포 1,500여개를 전부 봉인하고 무작위로 99개의 샘플을 조사했다. 그러나 진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김 연구원이 완전히 혐의를 벗은 것은 아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김씨의 이메일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완성되기 직전 미국의 10여 개 대학에 연수 지원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또 김씨가 PD수첩의 취재가 본격화되자 정신적 충격에 자살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검찰이 미국 현지 병원에 확인 중이다.
김 연구원 못지않게 그의 미즈메디병원 상사였던 윤 교수도 의심을 받고 있다. 윤 교수는 DNA지문분석 시료와 검사결과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논문 데이터 조작 흐름 규명이 열쇠
서울대 조사에서는 황 교수가 2005년 논문의 NT_4~11번의 데이터 조작을 지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황 교수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NT_2,3번의 DNA지문분석 데이터 조작을 누가 했는가 하는 것이다. NT_2,3번의 경우 권대기 서울대 연구원이 세포 침전물 상태로 김 연구원에게 전달하고, 김 연구원은 DNA를 추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에 넘겼다.
황 교수가 김 연구원에게 시료의 조작을 지시했다면 황 교수가 NT_2,3번을 진짜라고 믿었다는 주장은 거짓이 된다. 만약 김 연구원이 윤 교수와 짜거나 혹은 단독으로 엉뚱한 시료를 건넸다면 바꿔치기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검찰은 누가 어떻게 데이터 조작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굳게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서울대 강성근 교수와 권 연구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조작 흐름의 윤곽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강 교수가 서울대 조사에서는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진술해 실체규명에 상당한 도움?됐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의 최대 고비는 다음 주 초로 예상되는 김 연구원과 황 교수의 소환이다. 지금까지 수사성과를 근거로 추궁하는 검찰 앞에서 이들이 진실을 털어놓으면 그 동안의 지루했던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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