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은 9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금융분야에서 온갖 비법(非法)행위들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국제적인 반(反)자금세척 활동에 적극 합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회견 형식의 발표로 “우리는 화폐위조나 돈세척과 같은 불법행위를 다스리는 법률 및 제도적 장치들을 완벽하게 마련했고 위법행위가 나타나면 그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9월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로 불거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이후 북한이 돈세탁 방지 국제활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특히 이날 국제 금융거래 관행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북핵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전환점도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그 동안 북한에 위조 달러화 제조 책임자를 처벌하고, 돈세탁 방지를 위한 국제조약에 가입하라고 요구해왔다. 이 같은 요구에 북한이 협조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북미간 대북금융제재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고, 6자회담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위폐 문제와 관련해) 국제규범을 준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도 지난달 30일 뉴욕에서 “달러화 위조에 관여한 실무자를 처벌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무성 발표는 이 같은 발언들이 나온 뒤에 나온 것이어서 북한이 미국의 주장에 한 발 양보하는 선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물론 “수개월 동안 진행된 조사결과는 우리가 화폐를 위조했거나 돈세척을 한 증거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날조된 자료를 가지고 우리 국가와 연결시키면서 부당한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또 “미국의 정책변화가 없이는 대화를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힘들 것”이라며 “문제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북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자신들의 입장 후퇴를 감추려는 자존심 지키기 차원으로 보고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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