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외교전이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총장의 후임은 가을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나 외신들은 자천 타천 후보들을 열거하면서 사실상 인물 검증 작업을 개시했다.
뉴욕타임스 등이 거론한 주요 후보는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태국의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부총리,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 전 유엔 사무차장,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무장관, 싱가포르의 고촉동(吳作棟) 전 총리, 요르단의 자이드 후세인 왕자, 터키의 케말 더비스 전 경제장관, 인도의 샤시 타로 유엔 사무차장 등이다.
모두가 아시아 출신인 것은 사무총장을 대륙별 순번제로 뽑는 관례에 따르면 이번에는 아시아가 차례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수라키앗 부총리를 제외한 인사들은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권 인사가 선출되지 않을 돌발 상황에 대비,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 폴란드의 알렉산더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 등 친미성향 인사들이 거론되나 러시아의 반대가 강력해 큰 변수가 되지 못할 듯하다.
외신들은 반 장관과 수라키앗 부총리 등을 선두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AFP 통신은 7일 반 장관 등을 선두주자(frontrunner)로 평가했다.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3일 위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반 장관은 워싱턴, 베이징과 탁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수라키앗에게는 동남아국가연합의 지지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라키앗 부총리는 ‘지는 해’로 간주된다.
지난달 유엔주재 태국 대사가 “수라키앗이 무리하게 선거운동을 하면서 태국 외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보고한데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 등이 경험 부족 등의 약점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뒤 먼저 정을 맞는 꼴이다.
뉴욕타임스는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고촉동 전 총리가 다크호스”라며 “중국계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지지를, 싱가포르내 인도계 주민의 영향력 측면에서 인도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 전 총리가 아세안의 지지를 얻을 경우 바람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이 밖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라모스 호르타 후보는 국제적 지명도에서, 다나팔라 후보는 풍부한 유엔 경험 등에서 평가되고 있다.
언론에 거론된 후보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5개국 상임이사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뛰고 있다. 안보리에 의해 총회에 사무총장 후보로 추천되려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안보리 이사회의 3분의 2(10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미국이 유엔 개혁 차원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가급적 일찍 선출한다는 입장이어서 예전(12월) 보다 일찍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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