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모(46ㆍ남)씨는 지난해 말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택시에 치였다. 다리 뼈가 부러지고 아랫배 부분이 찢어진 사고였기에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피부가 찢어진 곳에서 계속 고름과 열이 나서 항생제 처방을 했지만 좀체 낫지 않았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강씨는 혈액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인류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항생제라는 ‘반코마이신’내성 장구균이 검출됐다.
이 세균은 전파되기 때문에 강씨는 격리병동으로 옮겨졌고, 낫지 않는 상처 치료를 위해 하루 10만원씩 하는 약물치료를 현재까지 계속 중이다. 병원에서는 “강씨는 내성균으로 인해 감기라도 걸리면 치료가 어렵고 금방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생제는 한때 기적의 약이었다. 페니실린은 1942년 미국 보스턴 큰 화재에서 화농성병원균으로 죽어가던 수백명의 사람을 살려냈다. 몇 해 뒤 나온 스트렙토마이신은 ‘죽음의 병’이었던 결핵을 치유 가능한 병으로 바꿔 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이라기보다는 ‘사용상 주의’가 요구되는 약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내성균 때문이다.
세균을 이용해 세균을 죽이다 보니 공격을 받는 병원성 세균들도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항생제 한 알이면 효과가 있던 것이 2~3알을 먹어야 되고, 결국은 효과를 못 내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될 수 있으면 항생제를 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내성균이 생기는 이유는 항생제의 오ㆍ남용과 직결돼 있다. 의사, 약사들에 따르면 항생제는 각종 질병 원인에 맞는 종류로 상당한 기간 동안 충분히 써야 효과가 있다.
즉 10일 동안 항생제 투약으로 집중공격을 하면 세균을 죽일 수 있지만, 2~3일만 항생제 투약을 하고 그만둬 버리면 오히려 세균이 항생제를 ‘연구’해 방어법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소리다.
때문에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 항생제를 자꾸 쓰면 정작 더 큰 질환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못 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