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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그 많던 수수깡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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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그 많던 수수깡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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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시골에 가도 수수깡을 보기가 쉽지 않다. 수수농사를 지어도 수수깡을 따로 거두어 보관하지 않는다. 우리 어린 시절엔 시골의 집집마다 마당 한구석이거나 울 옆에 수수깡 묶음이 세워져 있었다. 헌 집을 털어도 그 벽 속에서 나오는 게 수수깡이었다. 수수깡으로 얼기설기 벽의 형체를 잡고, 그 위에 짚과 함께 이긴 진흙을 발랐던 것이다.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도 수수깡만한 것이 없었다. 가을에 추수 후 겨울이 되는 동안 바짝 마른 수수깡으로 형제가 마루 끝에 앉아 수수깡 안경도 만들어 쓰고 수수깡 강아지, 수수깡 말도 만든다. 그러다 날카로운 수수깡 껍질에 손이 베이기도 하고 가시에 찔리기도 했다. 초등학교 미술 책에도 수수깡으로 안경 만드는 법이 나와 있을 정도였다.

내 기억에 우리 할머니는 수수깡으로 점을 치기도 했다. 윷을 쪼개듯 반으로 쪼갠 수수깡 속에 열두 개의 팥알을 박아 넣고 그걸 물에 불려 팥알이 늘어나는 정도를 보고 어느 달이 길하고 또 어느 달이 조심스러운지 알아보았던 것 같다. 또 그걸로 농사일의 앞날도 점쳐보고 했다. 우리는 밝은 세상 속에 참으로 많은 옛 기억과 풍습을 그냥 잃어버리고 산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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