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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解前史는 편향"…이념논쟁 부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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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解前史는 편향"…이념논쟁 부를듯

입력
2006.02.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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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필독서로 꼽혔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해전사)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해 발행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이 8일 출간됐다.

박지향 이영훈(이상 서울대) 김철(연세대) 김일영(성균관대) 교수가 편집을 맡아 책세상 출판사에서 2권으로 나온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해전사’를 ‘좌파민족주의’의 엉터리 역사학으로 몰아부쳐 우리 사회의 보수ㆍ진보 진영간 이념적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 글 ‘왜 다시 해방전후사인가’에서 이영훈 교수는 ‘해전사’를 ‘1980년대 좌파민족주의 진영의 정치학에 충실한 실천적 역사쓰기’에 다름 아니라고 혹평했다. 책에는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한 전문 연구자들의 논문 30편과 편집위원 대담 1편이 실렸다.

박지향 교수는 머리말에서 ‘해전사’는 ‘본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이념’인 ‘민족주의와 민중혁명 필연론’을 담고 있으며, 이런 역사인식이 ‘우리 역사에 끼친 폐해’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재인식’은 ‘있는 그대로의 사료를 바탕으로 이분법적인 시각이 아니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방 전후사를 재인식해보자는 의도에서 출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일제시대 및 친일파와 관련해 ‘해전사’가 친일 대 반일, 애국 대 매국, 수탈 대 핍박이라는 이분 구조를 강조한다면, ‘재인식’은 단순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태의 이면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분단과 한국전쟁에 대해 ‘해전사’가 이승만과 미군정에 책임을 돌린다면, ‘재인식’은 미소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스탈린의 세계 전략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농지개혁의 경우 ‘해전사’가 지주제를 온존시키고 영세농민만 만들었다고 폄하한데 반해, ‘재인식’은 농지개혁 덕분에 남침한 북한군이 기대했던 민중봉기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승만 정권과 1950년대에 대한 평가는 특히 엇갈린다. ‘해전사’는 이승만을 개인적 탐욕으로 분단에 앞장섰고 장기집권으로 결국 민중의 심판을 받았다는 식으로 서술하는 반면, ‘재인식’은 약소국 대한민국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방위조약, 수입대체산업화라는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기회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마키아벨리 같은 인물로 그렸다.

‘재인식’의 역사 해석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1979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해전사’ 제1권 필자인 조동걸 한양대 명예교수는 “수긍할 부분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해전사’의 필진이면서 ‘재인식’에도 자신의 논문 게재를 허락한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편집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필자는 이념 성향을 논할 필요가 없는 전문 연구자들이고 ‘해전사’ 이후의 연구성과를 반영한 이런 책일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면서도 “‘해전사’를 좌파 편향으로 매도하거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편집위원들의 지적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해전사란…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1980년대 한국 진보학계와 젊은 세대의 역사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대중 역사서이다. 1979년 10ㆍ26 직전 제1권이 나왔으며 89년 제6권 출판으로 완간됐다.

책은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해방 전후 한국 사회를 종합적으로 조명했으며, 특히 친일문제 등 제도권이 다루지 않은 주제를 집중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키며 대학가의 필독서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50만~60만권 정도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1권이 40만권 정도 된다. 1권의 파급력이 그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1권은 초판 출판 직후 판금 조치 당했으나 80년 원고 일부가 삭제된 가운데 신군부의 검열을 통과, 합법적으로 판매됐다.

서울대 김학준, 이화여대 진덕규, 성균관대 이동화, 영남대 염무웅, 중앙대 유인호 이종훈 교수와 언론인 송건호, 친일문제연구가 임종국, 재야운동가 백기완, 문학평론가 임헌영씨(이상 당시 직책) 등이 저자인데 지금 보면 우파 인사도 적지 않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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