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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인구 1,000만시대 애견문화는 암흑시대"/ 인프라구축 노력 김지원씨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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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인구 1,000만시대 애견문화는 암흑시대"/ 인프라구축 노력 김지원씨 쓴소리

입력
2006.02.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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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인구 1,000만명 시대다. 애견 사업규모만 2조원이다. 애견용품 애견미용 애견병원 등 개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특히 개의 해(병술년)인 올해엔 ‘예쁜 개 선발대회’ 등 유난히 애견 관련 행사가 많다. 이를 애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바라볼 법도 한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가 있다. 프로그래머 김지원(42)씨다.

그는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한 개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도그쇼라는 명목으로 전국적으로 매달 수 차례 열리는 행사에 가보면 장삿속이거나 흥미 위주고 온라인에서도 애완용품 쇼핑몰이 판치고 있다.” 상술만 있고 애견문화는 없다는 얘기다.

급한 대로 김씨 스스로 애견문화 육성에 나섰다. 그의 지론은 “개를 우리의 일상적인 놀이문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애견(愛犬), 즉 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개 그리기 대회, 개의 캐릭터를 이용한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놀거리를 구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개와 놀면서 정보도 얻고 자연스럽게 동물 친화적인 마인드를 갖출 때 애견 문화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는 애견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첫 단추로 ‘소리 오행(五行) 매칭 시스템’을 준비중이다. 애완견의 종류와 원산지특성 등을 오행으로 푼 뒤 주인의 사주와 접목시켜 개의 이름을 짓는 식이다. 쉽게 풀어 사람과 개의 궁합인 셈이다.

그가 애견문화 육성에 매진하게 된 것은 버려진 개와의 애틋한 인연이 계기가 됐다. 2004년 8월 그는 서울 상일동 논두렁에서 헤매던 어른만한 크기의 개를 발견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 온몸의 붉은 반점, 벼룩이 파먹은 흉측한 살 등 끔찍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개를 지하 단칸방 사무실로 데려와 극진히 보살폈다. 홍역에 걸려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자비를 털어 치료하고 매달 직접 주사를 놓고 약을 먹였다. 독한 약을 토해내던 개는 김씨의 정성덕분인지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였고 김씨의 친구가 됐다. 그 개가 바로 알래스칸 맬러뮤트 종인 ‘코난’이다.

문제는 김씨 자신이었다. 하루종일 코난을 돌보다 보니 1년 넘게 진행하던 프로젝트마저 중단하게 됐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에도 백내장으로 고생하던 코난을 기적처럼 치료하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코난과 함께 하면서 애견문화에 눈을 뜬 김씨는 이제 애견박사가 다 됐다. 그는 “토종개인 불개, 제주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우리는 지난해 겨우 진돗개를 세계 명견으로 등록시켰지만 일본의 아키다는 이미 197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에 대한 문화 인프라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애견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교환을 통해 누구나 쉽게 원하는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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