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최재형 부장판사)는 7일 안기부 도청자료를 외부로 유출시켜 구속 기소된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씨의 혐의 중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 간의 대화 내용을 유출시킨 것(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공갈, 미수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와 홍씨의 대화 내용은 국가정보원 고유업무와 관련이 있다거나 국정원 기능에 지장을 초래할 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공개한 것은 국정원직원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씨는 직무상 취득한 정보로 이득을 얻으려 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위법을 범했다”며 “공씨가 국가 기관에서 오랜 기간 봉사한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량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도청자료를 언론에 제공하고 삼성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재미동포 박인회씨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징역 1년 2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공씨는 1999년 박씨에게 안기부 도청자료를 넘겨준 혐의 등으로, 박씨는 도청자료를 갖고 삼성 고위간부를 찾아가 금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방송사에 자료를 넘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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