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입니다. 돈 걱정 없이 하고싶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과학자는 아마도 황 교수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감사원이 6일 황우석 교수 연구비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학계에서는 이런 푸념들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황 교수는 최근 5년간 246억원을 지원받아 마음껏 사용했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만 보면 지난해 지원받은 전체 연구비는 2,600억원으로 교수 1인당 평균 1억 5,000만원 정도였다. 그나마 서울대는 나은 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교수 5만404명 중 72.6%가 지난해 외부 연구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 정도면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편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 교수가 외국 학자들에게 1만~2만 달러의 교통비를 쥐어주고 정치인 후원금을 내는 동안 다른 교수들은 연구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연구원들은 더 어렵다. 엄청난 지원을 받은 황 교수 팀에서도 연구원들은 4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으며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황 교수를 지원했던 정부나 기업들은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원금이 황 교수 개인계좌로 스며들어간 것을 보면서 다른 연구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뭄을 이기는 길은 물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물을 잘 나눠 쓰는 것이다. 황 교수의 잘못 때문에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가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의 연구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때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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