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눈치 없이’ 추진했던 중장기 조세개혁작업에 결국 제동이 걸렸다.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7일 “조세개혁에 대한 좀 더 밀도 있는 검토와 당정협의를 위해 이 달 중 개최하려던 공청회를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조세개혁방안도 “5월 기획예산처에서 작성하는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검토한 뒤 마련할 것”이라고 말해 공청회 개최 및 조세개혁방안 발표는 5ㆍ31 지방선거 뒤인 6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결정은 여당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증세(增稅)논란을 일으키는 조세개혁안을 예정대로 발표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고전이 예상되는 지방선거에 재를 뿌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1, 2인 가구 소수공제 폐지방침이 알려진 이후 재경부 고위간부들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입법사안을 당정협의 없이 추진한 것에 대한 질타였지만, 실제론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왜 민심을 건드리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당정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재경부가 저렇게 감(感)이 없어서야…”란 볼멘소리도 들렸다.
사실 재경부내에서도 이번 조세개혁 일정에 대해선 논란이 많았다. 선거도 선거지만, 어차피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될 세법개정 사안이라면 5~6월쯤 공청회를 해도 늦지 않은데 뭣하러 일찍 공론화함으로써 화를 자초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뒤엔 대선정국이 기다리고 있어 자칫 1년 넘게 공을 들인 조세개혁작업은 ‘페이퍼 워크(paper work)’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저항이 클 것이 뻔한 조세개혁작업을 집권 초 아닌 후반부에 시작한 것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재경부는 최종안도 아닌 조세개혁 시안이 유출돼 큰 혼란을 초래한 것과 관련, 관리소홀책임을 물어 윤영선 조세개혁실무기획단 윤영선 부단장을 보직해임하고, 김 실장과 담당과장엔 엄중경고 및 주의 징계를 내렸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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