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길 위의 이야기를 하며 국도의 고유번호 이야기를 했다. 그 번호를 그냥 막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홀수 번호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붙이고, 짝수 번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는 길에 붙인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한 가지 크게 잘못 말한 것이 있다. 나는 오래도록 1번 국도가 부산에서 서울과 개성을 지나 신의주까지 올라가는 길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전라남도 목포에서 출발하여 광주와 전주 논산 조치원 수원을 거쳐 서울로 올라와 다시 북쪽으로 개성과 사리원, 평양, 안주와 신천을 거쳐 신의주까지 올라가는 499킬로미터의 남북 관통 도로를 말한다.
남쪽도 그렇지만 특히 북쪽으로 올라가면 그곳의 주요 기점도시들은 다 통과한다. 판문점을 지나 개성은 고려의 도읍지로도 유명하지만 이번에 남쪽에 개방된 경제특구이기도 하고, 평양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고구려의 도읍지며 지금 북한의 정치와 행정 문화의 중심도시다.
그런 길이 중간에 막혀 있다는 것은 길의 아픔이자 국토의 아픔이며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아픔이다. 언젠가 이 길도 자유롭게 열릴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1번 국도는 슬프고 아프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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