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이 처음으로 ‘삼성 공화국’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명예회복에 나섬에 따라 삼성그룹의 경영 전략과 방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은 대국민 조치에서 우선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투명경영 강화의 하나로 금융계열사의 이사회를 사외이사 중심으로 개편하고, 구조조정본부를 축소 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사외이사 중심 체제는 바꾸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 구조 순환고리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금융계열사의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요구해온 투명경영을 높이는 동시에 지난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 문제로 비등해진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구조조정본부의 규모를 축소하고, 역할을 계열사 지원으로 일부 전환하는 것도 지배구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조본은 계열사간의 업무 조정이라는 임무 외에도 이 회장과 친인척들의 비서실 역할을 해왔다.
국내 최고 로펌인 ‘김&장’에 버금간다는 삼성 법무실을 구조조정본부에서 분리해 별도 운영키로 한 것도 삼성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다. 검사장급까지 상당수가 포진한 삼성 법무실은 금산법, 금융회사 지주회사법 등 삼성과 관련된 법률 관계에 대한 변호와 로비를 담당해 왔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우리 사회와 국민이 삼성에 대해 제기한 문제들에 관해 여러 달에 걸쳐 고민해온 결과”라면서 “약속한 내용을 차질없이 시행해 국민에게 사랑받고 믿음을 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 회장 일가와 삼성 계열사간에 얽혀 있는 상호 지분구조에는 별 변화가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이 회장의 사재 헌납이 자칫 2세 체제로의 부당한 경영 승계를 합리화하는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삼성이 기업 위상에 비해 지배구조는 아직 못 따라가는 게 사실”이라며 “단순 미봉책이 아니라 일류기업에 걸맞는 지배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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