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 풍자 만평에 성난 무슬림들의 폭력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 문제가 종교적 갈등을 넘어 국가간 외교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중동 국가의 대사 소환이 잇따르고 있고, 일부 국가는 경제교류까지 중단할 태세다.
폭력으로 치닫는 무슬림의 항의 시위
지난 주말 시리아 주재 덴마크ㆍ노르웨이 대사관, 레바논의 덴마크 영사관에 몰려든 무슬림 시위대의 방화가 잇따르자 이들 정부는 지역의 자국 국민에게 철수 조치를 내렸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덴마크 영사관에 대한 방화로 인근 호주대사관과 슬로바키아 영사 공관도 피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레바논은 덴마크에 사과하는 한편, 하산 사베이 내무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라크 저항단체들은 560명에 달하는 덴마크 파병군에 테러 경고와 함께 철군을 요구했다. 터키에서는 흑해 항구도시 트라브존에서 가톨릭 신부가 10대 소년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6일에도 항의시위가 계속된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에서는 경찰의 발포로 무슬림 시위대 4명이 숨졌으며, 이란 테헤란에선 시위대가 던진 돌과 화염병으로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일부 기물이 파손됐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영국 런던 등 유럽 내 무슬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네덜란드의 아랍유럽연맹은 웹사이트에 안네 프랑크가 히틀러와 한 침대에 있는 반유대 만평을 게재했다.
요르단 주간지 ‘시한’과 이집트 신문 ‘알 아크바르’는 지난 주 문제의 만평을 게재했다가 시한 편집장은 경찰에 체포됐고 알 아크바르는 신문을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
종교갈등에서 외교전쟁으로
이슬람 정부들은 덴마크와의 협력 중단을 선언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하며 정부간 갈등으로 확전하고 있다. 이라크 교통부는 5일 덴마크, 노르웨이와의 정부 및 기업간 계약을 취소하고 덴마크 정부로부터의 재건 지원금도 거절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만평을 게재한 국가들과의 상거래 중단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 방침을 밝힌 데 이어 5일 덴마크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이로써 만평에 항의해 대사를 소환한 나라는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 4개국으로 늘었다.
노르웨이는 시리아 정부에 대사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정부가 언론보도를 통제할 수는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사과하라는 무슬림의 요구를 거부했다.
양측에서 자제 촉구 목소리도
폭력 자제와 대화를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6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기고를 통해 “불신과 오해에서 비롯된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이슬람과 서방 모두 패자가 된다”며 기독교도와 무슬림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성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강조했다.
레바논 수니파 최고 종교지도자인 모하메드 라시드 캅바니는 “폭력 시위는 사회안정을 해지고 이슬람 이미지를 왜곡시킨다”며 사태 진정을 호소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6일 폭력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냈다.
유럽과 이슬람의 문명 충돌로 치달은 이번 사태를 두고 기독교권 서구 국가들 간에도 시각 차가 나타나고 있다. ‘르몽드’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가톨릭 국가들의 언론은 1일 ‘신도 풍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일제히 문제의 만평을 추가 게재, 무슬림의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BBC 방송, 가디언 등 영국 언론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이슬람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문제 만평 게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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