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구축함 콜호 해상 자폭 사건 주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예멘 감옥에 복역 중이던 알 카에다 테러범 자말 아흐메드 알 바다위(37) 등 수감자 22명이 집단 탈옥해 미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경찰 인터폴은 5일 “이들이 예멘을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184개 회원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예멘 정부에 따르면 이들은 수도 사나의 군 교도소 인근에 있는 이슬람 사원 여성 전용 출입구 지하부터 감방까지 140㎙에 이르는 땅굴을 파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3일 밤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옥 밖에 있는 누군가가 땅굴 파는 것을 도왔음에 틀림 없다”며 공범이 있음을 시사했다.
2000년 발생한 구축함 테러는 알 카에다가 저지른 최초의 해상 자폭 테러이다. 그 해 10월 12월 알 카에다 조직원 2명은 폭발물을 실은 배를 몰아 예멘 남부 아덴 항에 정박해 있던 콜호에 접근한 뒤 자폭, 미군 17명이 숨지고 39명이 부상했다. 바다위는 이를 기획하고 배후 조종한 혐의로 기소돼 2004년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번 탈옥자 중에는 2002년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를 공격해 선원 1명이 희생된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파와즈 야히야 알 라베이(27)도 포함돼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의 고향이자 알 카에다 본거지로 꼽히는 예멘은 미국 등 서방 세계로부터 테러범 색출에 비협조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터라 파장은 더욱 크다.
바바라 복서(민주) 미국 상원의원은 “테러와의 전쟁을 돕는다는 나라가 어떻게 23명을 탈옥시킬 수 있느냐”며 예멘 정부의 무성의를 비판했다. CNN 방송은 테러전문가를 인용, “바다위가 2003년 4월에도 아덴항 구치소 쇠창살을 자르고 콜호 사건에 연루된 알 카에다 조직원 9명과 함께 도망치다 붙잡힌 적이 있다”며 “예멘 정부는 테러범 관리는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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