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전모(34)씨는 지난해 12월 대리운전을 불렀다가 낭패를 당했다. 전씨가 서울 강남의 R호텔 앞에서 기다리던 중 대리기사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평소보다 5,000원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운전 도중 갑자기 1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전씨가 거부하자 차를 도로에 멋대로 세운 채 그냥 가버렸다.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차를 도로에 내버려둘 수 없어 옆으로 옮기려고 운전대를 잡은 순간 갑자기 경찰관이 나타났다. 결국 면허가 취소된 전씨는 “경찰에 하소연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곧이 듣지 않아 억울했다”고 말했다.
전씨의 경우 앙심을 품은 대리기사가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그 대리기사는 정상적인 회사 소속이 아닌 이른바 ‘길빵’ 영업을 했던 것이다. 길빵은 ‘길거리 헌팅’을 뜻하는 속어로 ‘다른 대리운전 기사가 먼저 와서 손님을 가로채는 것’을 의미한다.
대리운전을 하는 최모(28)씨는 “하루에 오더(전화 접수)를 4~5번 정도 받는데 그 중 1~2번은 어김없이 길빵으로 빼앗긴다”고 말했다. 길빵은 대부분 무허가 개인영업이라 사고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차주인이 피해를 보기가 십상이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회사원 박모(36)씨도 지난해 12월 대리운전을 불렀다가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평소보다 1만원 많은 돈을 부르기에 따졌더니 기사가 차를 길가에 사선으로 둔 채 내려버린 것.
박씨가 다른 대리기사를 부른 뒤 일단 차를 빼야겠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는 순간 다른 차가 들이받았다. 꼼짝없이 음주 교통사고를 낸 박씨는 면허 취소와 함께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대한대리운전협회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길빵으로 인해 인한 피해는 업계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라며 “고객이 대리운전업체를 잘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