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11시 서울 강변북로 청담~성수대교 확장공사 현장. 옷 속을 파고드는 매서운 한강바람을 맞으며 흰색 안전모와 푸른색 작업복 차림을 한 인부 3명이 2층 높이의 교각 위에서 안전 그물망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서울시가 마련한 ‘노숙인 일자리 갖기’프로젝트에 참여한 노숙인들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삶의 의욕을 잃고 서울역 등을 전전했던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아서인지 손놀림은 어색하지만 사회로 복귀하는 문을 다시 한번 힘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3년 전 빌딩관리원으로 일하다 쫓겨난 후 거리생활을 했다는 정모(47)씨는 “돈을 모아서 월셋집이라도 마련하고 싶다”며 주먹을 꼬옥 쥐어보인다.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에 들떠서 아침 7시부터 나왔어요. 조만간 헤어진 아내와 예쁜 딸도 만나면 좋아할 겁니다.”
옆에서 같은 작업을 하던 정모씨도 진지한 표정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이렇게라도 한푼 두푼 모으면 800만원 남은 카드 빚도 값을 수 있겠죠. 이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해 남들처럼 한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각오와 결심을 어디 한두번 했을까 마는 이번 만큼은 어떻게든 자활의 의지를 살려보겠다는 태도가 역력하다. 대부분이 뼈아픈 좌절과 실패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들었을 터이지만 적어도 이날만은 노동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듯 했다.
성수대교와 청담대교 중간 구역에서 중앙분리대 옹벽설치를 준비하고 있는 58세의 한 노숙인 J씨는 “3개월 동안 용산역에서 노숙생활을 해왔다”며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노동보다는 적성에 맞는 직업훈련을 아쉬워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노숙인은 “직업을 얻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며 “하지만 근본적인 자활 교육과 지속적 일자리 확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노숙자들이 일터복귀에 실패한 것도 특별한 기술도 없고, 고정적인 일자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차로 마련한 이번 프로젝트 참가자는 모두 600명. 서울시 주선으로 신체검사까지 마친 이들은 4월까지 일당 5만원씩을 받고 지하철공사와 뉴타운사업, 상수도사업본부 공사현장 149곳에 투입된다.
시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켰으며, 일을 하는 동안에는 상담보호센터나 쉼터에서 기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붙였다. 시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스스로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며 “성과를 봐가며 연말까지 하루 1,200명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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