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로에는 저마다 고유번호가 있다. 그 번호도 막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붙인다. 어디를 갔다 오던 길이었는지 차 안에서 누군가 홀수 번호의 국도는 모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짝수 번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서울과 개성을 지나 신의주까지 올라가는 길이 1번 국도인 것은 예전부터 상징적이자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목포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순천과 진주를 거쳐 부산의 낙동강 하구둑까지 나가는 길이 2번 국도라는 것은 그때 그 설명을 듣고 알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3번 국도는 경상남도 남해에서 문경과 의정부를 거쳐 평안북도 초산까지 올라가는 길이고, 4번 국도는 충청남도 장항에서 부여와 김천, 경주를 지나 감포 바다까지 나가는 길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부산에서 강릉과 양양, 금강산을 지나 함경북도 제일 꼭대기까지 이어진 7번 국도이다. 그 길은 한쪽은 산이고 한쪽은 바다다. 그 사이를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누가 가슴에 과산화수소를 발라주는 것 같다. 이 표현은 글이나 말의 수사가 아니라 그림이고 사진이다. 지나며 그곳의 운동회 날 과산화수소 같은 바다와 파도를 보라.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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