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발표한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에서 전 세계적 차원의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단호한 대처에 군사정책의 최우선순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WMD를 갖고 있거나 추구하는 잠재적 적대국의 대표로 북한과 이란 등을 지목했다.
“미국에 직접적인 군사위협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WMD와 그 기술을 테러리스트들에게 넘겨 줌으로써 미국과 동맹들을 위협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핵무기, 생화학 무기를 추구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와 무기 기술을 다른 우려 국가들에 판매해 왔다”는 것이다. 4년에 한번씩 작성되는 QDR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는 미 국방전략의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겨있다.
미국은 WMD를 찾아내 제거하고 또 우려 국가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병력을 15% 증강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델타 포스, 네이비 실 등 기존 특수부대의 대폭 보강 및 3,000명 규모의 해병대 특수부대 신설을 포함해 현재 5만2,000여명 수준인 특수부대병력을 6만에 가깝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이 특수부대들의 지휘ㆍ통제를 위해 북미사령부 산하에 ‘WMD 제거를 위한’ 합동태스크포스 사령부를 설치키로 했다. 미국의 목표는 이 특수부대들을 비밀리에 이동시켜 세계 수십개 지역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수부대는 또 내년에 150기의 토마호크 미사일로 무장한 자체 잠수함들도 보유하게 된다. WMD 탐지 등을 위해 소규모의 최정예 탐지팀을 신설하고 무인항공기 예산을 2배로 늘리는 것도 WMD 대책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또 생물학 공격에 대비, 15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미국은 특수부대의 임무에 대해 ‘WMD를 찾아내 안전하게 확보하거나 무력화, 또는 파괴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WMD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실패했을 경우 ‘필요한 곳에선 무력행사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직접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닐지라도 북핵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이 소진됐을 때 북한은 잠재적 타깃이 될 수 있다.
보고서에서 또 특기할 만한 대목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등을 ‘긴 전쟁(Long War)’로 규정, 미국의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을 미국의 가장 큰 힘의 원천중의 하나로 꼽았다.
일단 유사시에는 이 동맹국들의 더 많은 기여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의 작전을 가능토록 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한국군의 기여를 지속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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