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엔 환율이 820선까지 붕괴되는 등 갈수록 떨어지자 엔화 대출의 유혹도 커지고 있다. 2%대의 싼 금리에 엔화 하락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어 이자 비용은커녕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무분별한 엔화 대출은 환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칫 예기치 않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월초 원.엔 환율은 1,010원(100엔)대였지만 줄곧 하락한 후 올 들어서도 급락세를 타 이 달 3일 종가로 819원까지 떨어졌다. 일본 수출 중소기업체엔 초비상이 걸렸지만, 엔화로 대출 받은 개인이나 기업은 쾌재를 부를 만한 상황이다. 지난해초 100만엔을 대출 받았을 경우 원래는 1,010만원으로 갚아야 하지만 지금은 819만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자도 16만원(연 2%) 정도에 불과해 합치면 835만원. 결국 175만원이 남는 것으로, 엔화 대출로 연 17%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같은 ‘꿩 먹고 알 먹는’ 이중 수익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난해 엔화 대출도 급격히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3월 9,071억엔에서 10월말 기준으로 1조328억엔으로 급증했다. 7개월 사이 1,257억엔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 중에는 기업체의 수입대금 결제 등의 실수요 외에 환차익을 노린 대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외화 대출의 용도제한 규정이 없어지면서 수입증명서가 없더라도 사업자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의사 등 전문직종에서도 엔화 대출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대출금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엔화로 대출 받은 뒤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서 ‘삼중’으로 수익을 올린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화가 상당폭 떨어진 현 시점에서 신규 엔화 대출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로선 엔화가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1년 만기 시점인 내년까지 보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특히 엔화 대출 유행이 계속 번질 경우 가계 및 기업체의 부실도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최근 잇따라 시중은행들에 실수요자 이외에는 엔화 대출을 가급적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엔화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엔화 대출을 받는 것은 부화뇌동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엔화 대출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살 경우 한꺼번에 악재가 닥치면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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