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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변함없는 부시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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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변함없는 부시 대북정책

입력
2006.02.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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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크게 변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이유로 공격했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던 일은 제쳐놓자. 현직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보듯이 미국 사회는 도청에 대해 매우 단호했다. 그러나 최근 광범위한 무차별 도청이 국가 차원에서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커녕 테러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국가 미국에서 포로에 대한 고문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역시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궁색한 변론이다. 야당도 언론도 무기력하다. 하지만 스캔들은 스캔들이다. 언제 정치적으로 비화할지 모르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한때 21세기 첨단 군사력을 과시하며 19세기적 이라크군을 쉽게 궤멸시켰지만 여전히 19세기적 수단에 의해 첨단 미군은 수천 젊은이들의 피를 지불하고 있다. 무리한 이라크전까지 시도하면서 구축하려 했던 중동의 신질서는 오리무중이다. 이란의 핵무기 야망은 고조되고 있고 테러로 악명 높은 하마스가 민주선거로 팔레스타인의 정권을 장악했다.

연두교서서 비민주국 지칭

미국경제도 적신화가 켜졌다. 국제유가의 비등은 텍사스에게는 좋겠지만 미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2기 부시정부는 출범 1년 만에 수세에 처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월 31일 미 의회에서 연두 국정연설을 했다. 각종 게이트로 얼룩진 부시 대통령은 공세적 어조로 기존 노선을 옹호했다. 대외적으로는 ‘강한 미국’을, 국내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미국’을 내세웠지만 기존의 노선을 강하게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첨예화할 소지가 있는 이슈들을 선점하여 야당과의 대립 각을 분명히 하고 보수층의 결집을 추구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무모하고 위험한 적과 전쟁 중에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이라크에서의 조기 철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승리의 계획이 있음을 명백히 했다. 고문, 도청 문제를 의식하면서 그는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반 테러 목적의 효과적 조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애국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현 정보프로그램이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을 차단하기위한 것으로 국민을 감시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연두교서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북한에 관한 언급이다. 부시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 정의의 확산이 필요한 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지목했다. 이어 “미국의 역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이 세계에서 폭정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하여 2기 정부 출범 이후 표방해온 정책을 재확인했다.

2002년 ‘폭정의 전초기지’, 2003년 ‘무법 정권’, 2004년 ‘위험한 정권’ 그리고 2005년 ‘핵 야망’ 등의 언급을 고려할 때, ‘비민주주의 국가’로 칭한 북한에 대한 수위는 높지 않았으며 별도로 다루지도 않았다. 이란의 핵 야망, 팔레스타인 정국 등 중동정세의 휘발성은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北에 대한 관심이 해결책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부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반 테러, 민주주의 확산 등의 모든 분야에서 북한은 핵심 대상이다. 그것이 지난 2002년 이후 미국 연두교서에서 북한이 빠짐없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연두교서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빠지는 날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축제가 될 것이다.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부시 정부의 정책이 6자 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과거 독재정권 시절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리에게 주었던 용기를 기억한다면,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야 말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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