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면 아파트 주변 상권이 쑥대밭으로 변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과 강남구 대치동, 경기 분당 등 이른바 ‘교육특구’의 상인들은 방학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자녀들의 각종 캠프 참가와 과외 등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늘어나는데다 해외연수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 주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때문이다.
2일 오후 4시 서울 양천구 목동중심축 근린상가. 목동아파트 8~14단지의 정 중앙에 있는 핵심상권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찬 바람만 불고 있다. 임대료를 못내 문을 닫은 가게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이 지역 상가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정 모(39ㆍ여)씨는 “해마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이어지는 1~2월에는 매출이 20% 이상 줄어든다”면서 “식당 등 주변 상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 모(40)씨는 “방학 때면 어학연수나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많아 등록인원이 20~30% 줄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기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육특구 지역에서는 방학 때 초ㆍ중학생의 4분의 1 가량이 해외연수나 조기유학을 떠나 절대인구 자체가 줄어든다. 국내에 있더라도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 웬만한 월급쟁이의 경우 외식비와 레저ㆍ문화비 등을 줄여야 할 정도다. 약사 정씨는 “6월 말이나 12월 초면 해외연수나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의 가정이 비상약품을 구하느라 문전성시를 이루다가 막상 방학이 시작되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다”고 말했다.
목동 9단지에 사는 주부 서경희(40)씨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남매의 사교육비로 평소 월평균 10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이번 겨울방학에는 월 187만원을 썼다. 문법이 약한 큰 딸을 영어문법학원에 추가 등록(월 20만원)하고 남동생을 4주 짜리 영어캠프(68만원)에 보내느라 사교육비 지출이 80%나 늘어난 것이다.
분당의 주부 윤 모(39)씨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3학년 두 딸의 사교육비로 평소 115만원을 썼지만, 겨울방학 중에는 영어학원 스노보드캠프 등에 보내느라 95만원을 더 지출했다. 대치동에 사는 주부 정경미(42)씨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들을 일주일에 5회 수업하는 영어학원에 보내느라 60만원이 더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근 목동으로 이사 온 주부 박 모(41)씨는 “이 곳 엄마들은 방학 때 자녀들이 빈둥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몹시 불안해 한다”면서 “최소한의 식비와 공과금 등을 제외하곤 온통 자녀교육에 쏟아 붓기 때문에 식당 옷가게 빵집 등이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고재학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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