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겼고 일부 단지는 매물이 늘면서 호가 하락까지 시작됐다.
8ㆍ31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중 재건축 아파트와 관련해 검토되고 있는 사안들은 먼저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 등이다.
이에 따라 먼저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강동구 둔촌지구 주민들은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지들은 대부분 1970년대말부터 80년대초에 준공, 서울시 조례대로라면 지금도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재건축 연한이 30~50년으로 강화할 경우 사업 추진이 상당 부분 장기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을 진행중인 단지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다. 재건축 개발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강남구 개포 주공 2~4단지와 시영, 강동구 고덕 주공 2~4단지와 시영 주민들은 징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개발부담금 적용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에 따라서 개발부담금 부과를 피해갈 여지도 없진 않다.
고덕동 고일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얘기는 재건축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 매도 문의가 늘고 있고 호가도 많게는 2,000만원 가량 빠졌다”고 밝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다소 조바심을 내던 매수 대기자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자취를 감췄다”며 “당장 호가가 내리진 않았지만 주말을 거치며 매물이 늘고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후속대책 제안한 김선덕 건설산업硏 소장/ "재건축 총량제·先리모델링 의무화 등 바람직"
정부가 '재건축 제도를 실체적 절차적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도사님’ 같은 방침을 밝힘에 따라 실체적 절차적의 의미와 구체적 내용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에대해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 민간위원으로 8·31 후속 대책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한 주인공인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3일 “재건축을 개인 대 건설업체의 사적계약 관계로 남겨놓을 경우 부작용이 큰 만큼 정부 주택 정책에 포함시켜이참에 재건축제도를 고쳐 잡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50%를 넘는 국가”라며“아파트는 결국 모두 재건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정책이 잘못되면 8·31 대책도 무력화 할 수 있다는 데에서 재건축 정책을 바라보게 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실체적 관점’에 대해 김 소장은 먼저 재건축 가능 연한을 45년 정도로 연장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턴 아파트에 내진 설계가 도입된 만큼 내구 연한이 45년은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처럼 재건축 가능 연한을 20년으로 그냥 놔 둘 경우 결국 분당 신도시까지 재건축 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절차적 관점’과 관련, “1차로 리모델링을 의무화한 뒤 2차로 재건축을 허용할경우 사회적 자원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재건축과 관련해 일종의 협약을 맺을 것도 제안했다.
김 소장은 “건교부가 먼저 재건축을 통해 얼마나 주택을 공급할지 목표를 세워야 할 것”이라며 “이후 지자체가 지역의 고유한 문제를 반영한 재건축 계획을 세우면 중앙 정부는 ‘재건축 총량제’를 통해 최종 승인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소장은 이와함께 “정부가 도로 건설 등을 부담하면 택지비를 30%까지 줄일 수 있어 분양가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를 단일화하는 것도 재건축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교부관계자는 이와관련 “8·31 후속 대책으로 여러 가지 제안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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