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계가 줄기세포 연구 딜레마에 빠졌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했던 체세포복제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다.
3일 과학기술부는 ‘범부처 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계획’ 수립을 위한 첫 기획연구회의를 열고 줄기세포 전분야의 기술력 진단에 착수했다.
기획연구팀을 책임진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정부 예산 지원의 큰 그림을 짜기 위해 배아줄기세포(수정란과 체세포복제), 성체줄기세포, 줄기세포의 활용(임상치료 등), 생명윤리와 인프라 등 분야별 단위기술 수준을 진단할 것”이라며 “인간에서 효율이 낮은 경우 동물실험으로 방향을 돌리는 등 대안 모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5월 계획안을 마련,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
앞서 2일 보건복지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려 관련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복지부는 법규 마련, 과기부는 예산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문제 의식이 일치한다.
양 부처의 기술력 평가와 대책에 따라 체세포복제 주도의 줄기세포 연구는 불가피하게 방향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나 국가생명윤리위는 모두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지원이나 규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조심스러워 한다. 그러나 1월 발표된 서울대 조사위 최종보고서가 학계의 고민을 촉발시킨 것은 사실이다.
황 교수팀이 2,000여개의 난자를 쓰고도 단 하나의 줄기세포주도 수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연구를 지속할 의미가 적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황 교수팀이 배양한 배반포 중 위배반포가 많아 엄밀히 배반포 기술도 확립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황 교수에 대한 지지 여론 때문에 공론화하기는 부담스럽지만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위 조한익 부위원장은 “그처럼 막대한 물량을 투입하고 결과가 그렇다면, 난자기증과 연구를 허용하는 절차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인체에 적용하기 전 최소한 영장류 실험에서 효율이 확인되고, 연구계획서 승인을 더욱 강화하는 등 제도 마련에도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법 개정은 체세포 복제 연구를 금지한다는 예단에서부터 출발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발효된 후 국가생명윤리위가 시행령 심의를 보류하면서 사실상 국내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연구는 답보상태다.
황 교수팀은 시행령 마련 전 경과 조치에 따라 체세포 복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연구팀이었다. 그러나 생명과학자들은 “다소 쉬어 가더라도 줄기세포 연구의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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