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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기업사냥꾼에 걸렸나

입력
2006.02.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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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억만장자이자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6.59%까지 확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아이칸측이 지분율을 계속 확대할 경우 KT&G가 ‘제2의 SK사태’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이칸이 임원으로 있는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 리미티드 파트너십’ 등 4개 펀드는 KT&G 주식 1070만주(6.59%)를 매입해 보유 중이라고 3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특히 아이칸 파트너스는 지분 취득 목적을 ‘KT&G의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라고 분명히 밝힌 데 이어 KT&G 정기 주주총회에서 펀드 공동보유자가 추천하는 이사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KT&G 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임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돼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KT&G는 프랭클린 뮤추얼(7.15%) 등 외국인이 전체의 63%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 아이칸측의 지분 추가 매입이나 우호 지분 확대 여부에 따라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 시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KT&G의 국내 우호 지분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9.6%를 제외할 경우 기업은행 5.85%, 우리사주조합 5.75%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6% 정도의 지분으로 적대적 M&A는 무리인 만큼 현재로서는 경영에 대한 영향력 강화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며 “그러나,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칸은 지난해 말 대리인을 곽영균 KT&G 사장에게 보내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와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배당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3년 3월에는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후 2년4개월여간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국내 대기업도 적대적 M&A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KT&G는 이날까지 나흘 연속 상승하며 전일대비 1,800원(3.61%)이 오른 5만1,6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로 장을 마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 GM까지 노린 적대적 M&A 전문가, 칼 아이칸은 누구인가

칼 아이칸(70)은 ‘상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1980년대부터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프린스턴대 출신의 아이칸은 1968년 빌린 돈 40만 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 생활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1980년대 금융투기의 대표적 수단인 정크본드를 통해 억만장자가 된 뒤 기업사냥에 나섰다. 1985년 TWA항공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시작으로 석유회사 텍사코, 철강사 USX, 식품ㆍ담배회사인 RJR나비스코 등이 차례로 그의 희생양이 됐다. 2000년 제너럴모터스(GM)를 목표로 삼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대 미디어업체인 타임워너의 지분 3% 가량을 사들여 경영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 부자서열 24위에 올랐으며 재산 규모는 85억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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