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발표된 차관급 인사에서 기상청장 인사는 충격적이었다. 기상학계는 당혹감에 휩싸였고 격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기관장이 어떻게 기상청을 선진화시켜 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 기관의 장을 임명할 때는 그 기관을 올바로 이끌어 기관의 존재 목표를 달성해나갈 능력을 중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문기술 관서인 기상청의 최고책임자를 결정할 때는 기상 분야의 전문성과 기상업무 추진능력이 가장 중요한 인사기준이 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상청장 인사는 이런 면을 무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기상청장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기상청의 업무를 보자. 기상청은 기상과학을 현실에 응용해 기상 및 기후 예보 등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관서로서 매일의 날씨는 물론 태풍과 집중강수, 계절 기후 등을 예측하고 대비케 하여 인명과 재산의 보호, 산업경쟁력 제고, 그리고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이 같은 기상 업무의 원활한 진행과 발전은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기관장에 의해서만 제대로 선도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의심의 단계에서 본격 진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호우의 빈도와 강도, 태풍의 강도도 증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의 규모도 급격히 증대해 한 지역의 존립, 더 나아가 국가의 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03년 미 국방성의 한 보고서는 테러보다는 자연재해가 미국 안보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기상재해가 많은 나라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기상재해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국가 안보에 대한 기상재해의 영향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기상청장은 이런 기후 변화에 한국이 잘 적응하고, 이를 국가발전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상계를 이끌어가야 한다. 때문에 정부는 작년 기상청의 차관급 승격을 단행해 기상청의 조속한 선진화를 추진코자 했던 것이다.
기상청장은 기상계의 세계적 흐름에 대한 이해와 기상 및 기후 업무의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갖고 기상청의 선진화를 추진해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또 각국의 국가기상 업무 대표들과 협력해 대형 재난의 예측과 경감은 물론 새로운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한 정부기관의 장으로서 행정력은 필수적 조건이다. 그러나 기상 업무의 특성과 기상청의 선진화 작업을 고려할 때 행정력이 기상청장의 충분요건은 아니다.
기상청장은 훌륭한 행정력과 함께 전문가적 비전과 열정을 갖고, 새로운 생각과 기술을 양산해 기상청 선진화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 기상청장관, 미국의 해양대기청장 등 대부분 국가의 기상기관장을 기상 분야에서 전문성이 입증된 인물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 금융감독위원장 등에 비전문 인사가 임명될 수 있을까. 기상청장 역시 마찬가지다. 기상청장은 기상청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
그의 올바른 지휘는 국민과 국가에 큰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손실을 입힐 수 있다. 때문에 전문적 능력과 훌륭한 비전을 갖춘 기상청장이 요구되는 것이다. 기상청장 인사에는 기상 분야의 전문적 능력이 가장 중시돼야 한다.
이태영 한국기상학회장ㆍ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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