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한나라당 소장파의 반박(反朴)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들은 최근들어 박근혜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거나, ‘탈(脫) 영남’을 주창하는 등 목청을 높이고 있다.
주로 ‘수요모임’소속인 이들은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 등이 참여하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 적극 제휴하면서 행동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반박 인사로 분류된 이재오 원내대표를 밀어 당선시켰다는 게 정설이고, 남경필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반박 소장파의 선봉은 원희룡 최고위원이다. 그는 지난달 5일 사학법 투쟁방향을 놓고 박 대표와 한차례 격돌한 데 이어 27일에는 박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어 수요모임 회장인 박형준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박 대표가 주장한) 감세가 성장에 불을 붙이고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며 “감세주장은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영세민보다 중산층 이상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고 박 대표의 감세론을 정면 반박했다.
또 남경필 의원은 1일 의원총회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영남중심 정당으로 가선 안 된다”고 당내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영남 중진 의원들이 “그만해”, “무슨 소리야”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발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지만 박 대표의 표정도 순간 굳어졌다.
이 같은 행보는 이 원내대표 등 비주류 의원들이 지방선거 후보 경선 등을 의식한 듯 가급적 박 대표를 자극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당내 중도 개혁세력의 결집이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변화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색채가 분명한 세력이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으로 급격히 양분되는 당내 대선후보 구도 속에서 ‘제3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를 통해 지방선거 공천과정과 7월 전당대회는 물론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균형 추로서의 역할과 지분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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