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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철도公 '설익은 對北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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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철도公 '설익은 對北사업'

입력
2006.02.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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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이 철 철도공사 사장은 느닷없이 북한방문 계획을 꺼냈다.

3~8일 5박6일간 화차제작업체 관계자를 이끌고 가서 남북 철도 협력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철도공사가 6월 독일 월드컵을 맞아 구상 중인 ‘월드컵 열차’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북한과 협의가 잘되면 5월 ‘붉은 악마’를 태우고 부산을 출발한 전용열차가 휴전선을 통과해 북한 개성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다른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모스크바를 지나 베를린까지 1만여㎞를 운행하는 꿈의 철길을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사장은 6시간도 지나지 않아 방북 계획을 번복했다.

공사측은 “북측기관 2곳에서 이 사장을 초청했는데 그 일정이 달라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그 이면엔 북측이 내건 방북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철도공사에 화차 15량의 제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 북한측과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틀이 지난 2일 이 사장측은 예정대로 북한 방문을 위해 3일 중국으로 떠난다고 다시 발표했다.

이 사장의 오락가락한 행보에서 드러나듯 그의 방북 계획이나 월드컵 열차 사업은 설익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철도공사는 화차 출고가가 8억원에 불과하고 차령이 25년이 넘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화차가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어 미국의 대북전략물자 수출금지품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나 러시아가 월드컵 열차의 통과를 수용할지도 속단하기 어렵지만 복잡한 환승 과정 등 기술적 해결 과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사장은 결국 실현 가능성보다는 한건주의를 앞세웠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 됐다.

허택회 사회부차장대우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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