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재건축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최근 집값 상승 진앙지로 지목돼온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는 등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이르면 이달 중순께 발표될 8ㆍ31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도 재건축 요건 강화와 개발부담금 부과 등 재건축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 및 지자체 반발이 적지 않은데다 과연 집 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당ㆍ정ㆍ청 회의에선 재건축 문제와 관련, '실체적·절차적 측면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란 현재 20년 이상인 재건축 가능 연한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 재건축 사업 추진 시 거쳐야 하는 제반 승인절차 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 나뉘어져 있는 재건축 관련 각종 승인 권한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건축 관련 승인권한은 기본계획수립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이, 정비계획수립, 구역지정, 안전진단, 조합설립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은 기초자치단체장이 각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를 중앙 정부가 환수해 올 경우 선거를 앞둔 지자체의 선심성 재건축 승인에 제동을 걸 수 있는데다 중앙 정부가 직접 개별 재건축 사업을 규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선 "더 이상 재건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날 회의에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부담금이란 개발에 따른 땅 값 상승 등의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으로 이미 택지개발사업, 도심재개발사업, 골프장건설사업 등에 부과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이를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확대, 불로소득 상당액을 국가에서 환수함으로써 재건축 투기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에 땅 값을 곱한 뒤 정상지가 상승분과 제비용을 뺀 금액의 일정 비율(20~50%)을 부과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늘어나는 용적률의 10~25%를 임대주택으로 짓도록 한 개발이익환수제와 도로ㆍ공원 등을 기부채납해야 하는 기반시설부담금제로 인해 상당히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수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회장은 "현재도 재건축이 힘든 데 앞으로 개발부담금까지 부과되면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청약 제도를 추첨제에서 점수제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후 2년이 지나면 똑같은 1순위자로 취급돼 운 좋은 사람이 집을 차지하는 현 청약 제도의 맹점을 개선해 가구주의 연령과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또 공공택지내 전용 25.7평 이하 주택에 대해선 전량 무주택자에게만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외에도 8ㆍ31 후속 대책에는 분양가 인하 방안, 토지ㆍ주택 비축물량 확대 등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단 재건축 매매 시장은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매도 문의가 늘면서 호가도 다소 빠지고 있다.
서울 고덕동 고일공인 허봉욱 사장은 "추가 규제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고덕주공 단지들이 1월초에 비해 평형별로 호가가 1,0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지고 있고 일부 단지에서는 당분간 사업추진을 접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윤근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장도 "단기적 영향은 있을 지 몰라도 정권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더 팽배하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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