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가 돌아왔다.
건강의 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매출 감소와 이미지 악화에 시달려온 패스트푸드가 지난해 전세계 햄버거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절대 기피 음식’이라는 비난을 이겨내고 실적을 올리기까지 업체들이 벌인 처절한 노력은 위기에 처한 회사가 부활한 모범사례로서 경영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 달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맥도날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3억 달러 늘어난 26억 달러에 달했으며 매출도 191억 달러에서 205억 달러로 뛰었다. 3년간 실적부진에 시달려온 버거킹도 지난해 전년보다 7%나 많은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
이에 힘입어 버거킹은 1일 “52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공개를 하고 2월 말이나 3월 초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덕스런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맥도날드는 재빠른 변신을 택했다. 미국인들이 밋밋한 건강식에 질려 자극적인 음식을 원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맥도날드는 매콤한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를 새 메뉴로 발표했다. 지난해 한끼가 될 정도로 양이 많은 샐러드와 저지방 우유를 매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위해 영국서는 광고에서 맥도날드를 상징하는 노란 ‘M’을 빼버렸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뭔가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서 다른 가게를 기웃거리는 소비자들의 발을 잡기 위해서라도 발 빠르게 새 메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거킹은 정 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햄버거 없으면 못사는, 이른바 ‘수퍼팬’을 공략했다. 버거킹의 최신 메뉴 ‘엄청 큰 오믈릿 샌드위치’는 베이컨, 소시지, 달걀을 잔뜩 집어넣은 기름진 버거로 무려 760칼로리에 달한다. 일반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40%나 더 들어간 ‘초강력 커피’도 내놓았다.
2004년 8월 버거킹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그레그 브레너만은 “한 주에 3~4회 패스트푸드를 먹는 수퍼팬들은 우리 회사 고객의 25%에 불과하지만 매출의 50%를 책임진다”면서 “이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만 버거킹을 더 먹게 해도 매출은 10% 정도 늘어난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할 수는 없다”는 전략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고객들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스코트도 ‘웰빙족’으로 변신했다. 맥도날드의 마스코트 ‘로날드 맥도날드’는 뒤뚱거리는 모습을 버리고 축구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건강한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KFC를 상징하는 ‘샌더스 대령’도 백발이 성성한 배불뚝이 할아버지가 아닌, 흰 셔츠에 붉은 앞치마를 두른 날씬한 모습이 됐다.
아울러 버거킹은 운전하면서 사가는 사람이 많다는 분석 아래 매장 크기를 줄이고 그 대신 의자를 이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꿀 예정이다. 맥도날드도 값싸보이는 플라스틱 의자와 결별하고 나무와 금속 의자로 매장을 단장해나가는 중이다.
이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의 피나는 노력에 대해 “안 좋은 음식을 장려한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대부분은 긍정적 시선으로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BBC방송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매력적이고 즐거워보이는 음식에 끌린다”면서 “패스트푸드 업체는 음식을 파는 곳이지 건강에 좋은 것을 먹으라고 조언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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