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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기초의원 정당공천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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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기초의원 정당공천이 문제다

입력
2006.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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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31 지방선거는 민선 지방자치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계승하고 지역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선거이다. 그러나 염려하던 종이(유령)당원, 당비 대납 등의 비리가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1월 중순까지 적발한 선거사범이 이미 242명이며, 이 중 16명이 구속되고 94명이 기소됐다.

2002년 지방선거에 비해 2.6배가 넘는 수치라니,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이는 2,922명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됨으로 인해 발생한 사태이며, 새해 벽두에는 경찰이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어떤 이는 이미 지난 연말에 자신의 지역은 5ㆍ31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자조했다.

국민들의 극도의 정치혐오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은 많게는 수십만명의 당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비리의 시작에 불과하다. 공천헌금과 관련된 비리, 공천 불복에 의한 소송이 예상된다.

●지방선거 벌써부터 혼탁 극심

이뿐만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자치단체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확정한 4인 선거구는 크게 줄어든 반면 3인 및 2인 선거구는 크게 늘었다. 161개였던 4인 이상 선거구는 39개만 남았고, 122개가 2인 또는 3인 이상 선거구로 쪼개졌다.

결국 3인 선거구는 381개로, 2인 선거구는 모두 607개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선거구 획정을 위해 광역의회가 야밤에 혹은 버스 안에서 변칙처리하는 등 날치기 처리가 횡행했다. 이 또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우리 정당정치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뒤늦게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1월말 “지방의 이해에 따른 자의적 선거구 획정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선관위가 선거구 획정권을 갖도록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한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ㆍ도가 이미 조례로 선거구를 획정해놓은 상태여서 국회는 다시금 민생법안을 제쳐놓고 대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와 같은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던가?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풀뿌리 지방자치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다른 민생사안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도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놀라운 속도로 합의하여 편법과 비리가 판치는 지방선거의 장을 만든 그 저의가 참으로 궁금하다.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 기초지방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그 동안 자신들이 공천한 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의 비리사건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당사자에 떠넘기에 바빴지 정당의 어느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지금 지방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줄을 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충성 경쟁이다. 유권자보다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우리 지방자치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리고는 이 모든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조리와 비리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지방에 돌렸던 것이 중앙정치권의 행태였다.

●공직선거법 전면 재개정돼야

더욱이 이번에는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그 혼탁 양상이 과거보다 심각하다. 연봉 약 5,000만원이 넘는 지방의원 직에 뛰어들도록 하여 많은 후보자들을 선거사범으로 만들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전면 재개정해야 마땅하다. 유권자가 아닌 국회의원의 수족이 되는 지방의원과 당리당략에 따르는 지방의회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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