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악어새를 만난 악어가 튼튼한 이빨을 가지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있다. 제 아무리 발군의 대기업도 일대일로 글로벌 기업과 맞붙어 이겨낼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선박용 엔진밸브를 만드는 부산의 KSP사는 문자 그대로 중소기업이다. 직원 75명에 사장은 용접공 출신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 회사 덕분에 엔진밸브 원가의 15%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두 회사 기술진이 머리를 맞대고 노하우를 주고 받으며, 외국에서 사다 쓰던 ‘엔진 배기밸브 스핀들’(선박추진용 주엔진에 사용되는 엔진밸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KSP도 현대중공업을 지렛대로 1991년 설립 당시 3억원이던 매출이 작년 220억원으로 불어났다.
상생협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시대가 바뀌고 국제경쟁의 구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제경쟁은 개별기업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변화했다. 자동차산업만 해도 현대차 네트워크와 도요타 네트워크간 경쟁이다. 완제품 생산업체 혼자 혁신한다고 잘 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상생에 눈 뜬 기업일수록 세계적 성공을 구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협력업체가 부품 생산원가를 90원 절감하면 30원은 협력업체에 돌려주고, 30원은 소비자들에게 환원하는 제도를 4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본사 연구진이 협력업체에 상주하고, 협력업체 기술진이 본사 기술팀에 상주한다. 도요타의 경쟁력이 본사와 협력업체 기술진의 마주잡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이 성과공유제를 도입하고 협력업체 기술지원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과거 수십 년 동안 일본이 하도급관계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끌어올리는 사이, 우리는 하도급관계를 저임금 활용의 기제로만 이용했을 뿐이다. 한국으로서는 부품ㆍ소재 분야의 원천기술을 축적할 기회를 놓친 ‘잃어버린 수십 년’이었던 셈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상생은 가진 것을 나누는 시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기업은 자기 군단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사회공동체와 상생하고, 회사가 근로자와 상생하는 것 역시 기업의 경쟁력인 동시에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공동체의 평가가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노사가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한 지식화화 하고 있는 기술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켈로그사가 1930년 대공황 때 ‘시리얼’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미국인들의 아침식사로 자리 잡고, 일본 재계의 본산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일찍이 “일본의 경쟁력은 종신고용에 있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성장의 출발은 불균형일지 몰라도, 지속적 성장은 상생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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