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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1) 글로벌 경쟁시대의 新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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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1) 글로벌 경쟁시대의 新성장동력

입력
2006.02.0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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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中企 수직관계→보완관계로 바꿔야 살아남아

인천 남구 주안동의 한국수출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서울엔지니어링 본사. 3,600평 안팎의 공장 안에서는 40여명의 직원들이 제철소 고로에 들어가는 핵심 기구인 풍구(열풍 노즐)를 제작하기 위해 1,200도로 녹인 순동 쇳물을 사형 틀 안으로 붓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붉은 용암처럼 달궈진 고주파 전기로(爐)에서 뿜어나는 열기로 한겨울인데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이 회사의 풍구는 국내 독점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전세계 시장의 20%를 석권하고 있다.

조그만 알루미늄 제조사에 불과했던 이 회사가 세계에서 단 6개 업체만이 만들 수 있는 고로의 풍구 제조기술을 갖게 된 것은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3년 포스코가 협력업체였던 이 회사에 풍구 개발을 제의했고, 그것이 10여년간의 개발 노력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후 포스코는 일본에서 개당 450만원에 전량 수입하던 풍구를 이제는 이곳으로부터 150만원 대에 공급 받아 연간 수십억원의 원가절감 혜택을 보고 있다.

서울엔지니어링의 이해양 상무는 “풍구 고장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되면 하루 수억원의 손실이 날 수 있는데도 포스코가 기술개발 차원에서 우리 제품을 믿고 사용해준 덕에 서로 윈윈하는 좋은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국경의 한계가 없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한 기업이나 브랜드의 경쟁력은 이제 그 기업이 구축하고 있는 네트워크(기업군)에 의해 결정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가전 시장이 ‘삼성전자 대 소니’라는 단독 업체간 경쟁이었다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현대자동차 네트워크 대 도요타 네트워크’간의 대결 무대다. 소비자들은 ‘현대차’나 ‘도요타’라는 브랜드를 사지만, 실제 이들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2만여 개 부품의 성능과 내구성이다. 아무리 조립 완성도가 높은 회사의 자동차라 하더라도 협력업체가 소홀히 만든 휴스 하나에도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상생 협력은 글로벌 경제 시대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든, 대기업과 대기업 간이든 서로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상생 협력만이 가치가 부여 받고, 영속성을 갖는다. 대기업의 일방통행식 지원은, 주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받는 중소기업에도 결국 독이 된다.

국내 기업들이 상생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최근에는 ▦협력업체 지원 전담조직 운영 및 상생협력 시스템 구축 ▦협력업체와 공동 기술개발 및 연구 ▦경영 자문 컨설팅 및 자금 지원 등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실적을 경영 평가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는 기업까지 생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부품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93년부터 제품개발 투자지원, 품질개선 및 생산성 향상 컨설팅, 인력교육지원, 연구ㆍ설비자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현대차도 ‘그룹 상생협력추진위’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기술 및 개발지원과 개발ㆍ연구ㆍ경영자금 지원의 형태로 2004년에만 1조8,000억원을 직ㆍ간접 지원했다.

한 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강자인 SK텔레콤은 지난해 범유럽식인 GSM방식을 쓰는 유럽 시장 진출을 시도하면서 국내 중소업체인 벨웨이브, ㈜넥스모어시스템즈와 손을 잡아 큰 성과를 올렸다. SK텔레콤은 당시 유럽에서 어린이용 위치추적서비스가 이슈라는 점에 착안, 이 솔루션을 넥스모어시스템즈로부터 받아 휴대폰 제조사인 벨웨이브에 장착해 공급함으로써 유럽 진출을 성공시켰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21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 상용화를 할 수 있게 됐고, 두 중소기업도 덩달아 매출이 급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박규원 팀장은 “요즘 기업간 경쟁은 기업 네트워크 구축과 기술표준 선점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하 수직관계가 아니라 상호 기술ㆍ연구개발을 통해 함께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만이 치열한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생 협력은 보완 관계에 있는 대기업 간이나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필요성이 상존한다. 크라운제과가 이메이 등 국내외 기업들과의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나, IBM과 I-D Media의 전략적 파트너십 제휴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기업간의 협력은 일류 기업, 일류 브랜드 창출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다.

기업간의 상생 협력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장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가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연간 8%가 상회했던 경제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에는 평균 5% 성장도 버거운 상태다. 대기업은 수출로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최고 제품과 일류 브랜드를 개발하는 길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삼성 디지털TV가 일본 소니 제품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선 700여개에 달하는 관련부품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소니 협력사보다 높아야 한다.

이제, 기업간 상생협력은 시대적 요청이자 생존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상생협력으로 발전과 복지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양극화를 줄어야 할 시점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 경제 단체장들 목소리

상생경영의 중요성을 외치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성장의 걸림돌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경영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계 인사들은 한국일보의 상생경영 시리즈 연재를 통해 경제계 전반에 이 같은 분위기가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재계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 성장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전략과 밑그림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꾸준한 투자확대가 선결 과제”라며 “대ㆍ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신뢰감이 쌓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진정한 의미의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한쪽이 한쪽을 이끈다는 우월의식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 보완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사고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상생정신이란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심기일전의 정신”이라며 “경제주체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에 바탕을 둔‘상생의 자세’ 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도 “상생협력의 시장질서가 모든 기업의 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경영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입장은 더욱 절실하다.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회장은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납품대금 현금결제, 성과공유제 실시 등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양적인 협력의 확대에도 불구, 적정한 납품단가 책정 등 질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대ㆍ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대기업과 노조의 양보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은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아온 만큼 임금안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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