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환율 급락세에 대응,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력기업들은 1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한때 960원이 붕괴되는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와 액정화면(LCD)의 수출이 전체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환율 하락이 곧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 긴축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판매와 구매 통화를 일치시키는 ‘매칭’(Matching)을 통해 환율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제 통화도 달러에서 환율 변동이 적은 유로화로 다변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연간 2조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한해 총 수익(8조원ㆍ2005년 기준)의 25%가 줄어드는 셈이다.
LG전자는 최근 환율이 마지노선으로 예상한 950선에 가까워짐에 따라 결제통화를 유로화 등으로 바꾸고, 외화부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또 선물환 계약으로 위험을 줄이는 헤지(위험회피)를 통해 환율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LG전자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연간 4,0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75%를 차지하는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지난달부터 환율, 유가, 원자재가 인상 등 ‘3재’에 대비, 긴축경영을 이끌 비상관리 상설 조직을 신설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2,000억원의 매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유럽 등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유로화 결제도 늘리기로 했다. 또 중대형 및 레저용 차량(RV) 등 고부가 가치 차량 판매를 높이고, 현지 생산판매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종합상사들도 예상보다 빠른 환율 하락에 따라 고심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내 선물환 시스템을 통해 환율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최근 지나치게 떨어지고 있어 경영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에 따라 환율이 당초 예상했던 목표환율(95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경영목표를 수정키로 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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