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아난다. 자영업자를 잡아라!”
시중 은행들의 ‘자영업자(SOHO)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출비용을 면제해주거나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등 소호를 위한 다방면의 대출 상품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 신용불량에다 부실 위험 등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자영업자들이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견실한 자금 수요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6월 30일까지 소호를 대상으로 2,000억원 한도내에서 담보 설정비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출 담보 설정시 담보금의 0.6% 정도 소요되는 비용을 은행이 대신 내주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2월말까지 소호를 대상으로 3,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개인당 최고 3억원까지 대출해주며 금리도 평시보다 최고 1.68%포인트 깎아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담보 신용대출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소호 대출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불을 지폈다. 신용 부실로 주로 담보대출에만 국한됐던 소호에게 신용카드 매출 실적을 토대로 신용 등급을 매겨 최고 1억원까지 무담보 대출을 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은행도 올 하반기부터 신용카드 실적을 토대로 한 무담보 대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토종은행을 표방하고 나선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호를 겨냥, 여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업체당 2억원까지 신속하게 대출해주는 소호 전용 상품인 ‘소호 점프론’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은행간 경쟁으로 실제로 지난해 4분기부터 소호에 대한 국내 은행의 대출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말(4분기) 소호 대출잔액은 91조 6,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조 7,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5,000억원이 증가한 데 비해 3배나 늘어났고 2004년 4분기 8,500여억원이 줄어든 이후 증가액 규모가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소호 쟁탈전은 내수 소비가 살아나면서 소호 영업이 활성화하는데다 주택담보대출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은행으로선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 국민은행 산하 국민은행연구소는 올해 리딩뱅크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은행들의 핵심 영업전략 중 하나로 소호 시장 선점을 꼽았다.
은행 관계자는 “그간 내수 경기 부진으로 소호 대출이 부실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공격적인 시장 확대가 중요해졌다”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시장이 축소되면서 돌파구를 찾는 은행들에겐 소호가 새로운 알짜 고객인 된 셈이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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