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전격 합의했지만 결론에 다다르기엔 산 넘어 산이다.
논의한다는 애매한 약속만 있을 뿐 어느 하나 일치하는 게 없다. 사학법의 어느 조항을 손질할 지 여부는 말할 것도 없고, 재개정을 하느냐 마느냐 라는 기본 인식조차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여야는 일단 한나라당이 금주 중 사학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해 사학법 재개정안을 확정하면 협상한다는 거친 일정만 내놓고 상대방 눈치만 살피고 있다.
가장 팽팽히 맞선 부분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부분이다. 열린우리당은 비리 근절을 위해 외부인사가 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국가의 사학운영 개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재개정 초안에는 개방형 이사를 ‘추천이사’라는 명칭으로 대학에서만 자율에 맡겨 수용토록하고 초ㆍ중ㆍ고교는 이를 도입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초ㆍ중ㆍ고교도 포함시켜 학교 정관에 따라 도입하는 선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당의 원안고수 입장이 워낙 완강하다.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임명금지와 학교장 임기제한 등의 규제도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위헌소지가 있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협상테이블에 이 문제를 올리지 않더라도 헌법소원 절차를 거칠 경우 위헌판결이 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교사의 노동운동 허용여부 역시 만만찮다. 한나라당은 정치와 노동운동을 일절 금지하는 이전 법 조항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양보할 사안이 아니라며 단호하다.
관선이사인 임시이사의 임기를 폐지한 조항도 한나라당은 “국가기관의 학교장악 의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안으로 임기를 2년으로 놓되,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임원 취임 승인취소 조건을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온 때’라고 정한 부분도 “정부 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많다”며 고치자는 입장이다. ‘건학이념에 반(反)하는 학교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로 범위를 좁히자는 것이다.
이처럼 내용만 봐도 두 당 사이에는 접근이 어려운 지뢰밭이 곳곳이다. 그나마 여야가 재개정안을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는 물론 정조위에서도 논의하도록 해 당 차원의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를 남겨둔 게 변수다. 양당이 공방을 거듭하다 정치적 절충을 통해 서로의 체면을 살리는 차원에서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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