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
취임 8개월째를 맞는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취임 초기 정치에서 벗어나 조용히 지내는 듯 했던 그가 피는 속일 수 없는 듯 연이은 독단적인 인사로 세계은행 내부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렸던 그의 세계은행 총재로서의 부드러운 이미지 변신은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당시 월포위츠 총재는 국방부 부장관 출신으로 ‘이라크전 기획자’라는 비난을 받은 이력이 도마에 올라 그의 세계은행 총재 임명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네오콘의 좌장이었던 그를 세계은행 총재로 ‘영전’시킴으로써 그의 정치 생명을 연장시켜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비난을 의식했던지 월포위츠의 취임 초기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지구촌 빈곤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내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패와의 전쟁’ 선언 이후 전직 행정부 관료들을 세계은행의 고위 직책에 잇따라 임명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됐다. 이 달 초 세계은행의 부패담당 기구통합국장에 측근인 수전리흐 폴섬을 기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워포위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부장관 재임 당시 보좌관을 역임하고 딕 체니 부통령의 대변인을 지내기도 한 케빈 켈름스를 특별고문역으로 임명했다. 그의 상담역에 새로 임명된 로빈 클리블랜드는 백악관내 부서인 예산관리청 부국장 출신이다.
세계은행의 한 관리는 “처음에는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말로 실망감을 표현한 뒤 “세계은행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조직과의 대화도 단절되고 있다”고 불평했다. 노조격인 직원 조합은 “월포위츠의 최근 인사는 세계은행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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