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정동민 부장검사)는 31일 삼성물산 주가 조작 혐의로 고발된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를 벌금 73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외국계 펀드를 형사 처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의 기소로 헤르메스를 상대로 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주가조작을 주도한 뒤 이스라엘로 출국한 헤르메스의 전 펀드매니저 클레멘츠 씨를 기소 중지하고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검찰은 “클레멘츠 씨가 특정 언론과의 계획적인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의 인수합병(M&A)을 지원할 의사를 밝힘으로써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헤르메스 본사가 클레멘츠 씨와 공모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증권거래법상 양벌 규정(불법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헤르메스가 취득한 부당이득금 73억원 전액을 벌금으로 구형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법 215조는 종업원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 때에는 그 종업원이 속한 법인에도 이득금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클레멘츠 씨는 주가 조작을 통해 3,000만원의 개인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으나 우리 정부가 이스라엘과 사법공조 협약을 맺지 않아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다.
검찰은 “실질적 처벌 없이 부당이득금만 반환 받는 셈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세계 굴지의 펀드인 헤르메스가 처벌 받기는 처음이라 헤르메스 측은 명예가 실추되는 걸 더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헤르메스의 불법 행위가 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당시 허위 정보를 믿고 삼성물산 주식을 샀다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소송이 가능하다. 회사가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종업원의 잘못에 대해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클레멘츠 씨는 2004년 1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M&A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뒤 주가가 상승하자 이틀 만에 헤르메스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777만주)을 매각해 292억원의 차익(거래 수수료, 시세 등을 감안한 부당이득금은 73억원)을 챙겼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8월 헤르메스와 클레멘츠 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헤르메스는 “검찰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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