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표된 차관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이기우(58ㆍ사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다.
9급 말단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39년 만에 ‘공무원의 꽃’인 차관에 오른 입지전적인 경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면에 ‘코드 인사’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 실세인 이해찬 국무총리의 비서실장 출신인데다 1차례 차관 경합에서 탈락한 ‘전력’이 때문이다.
이 신임 차관의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경남 거제의 빈농 출신으로 어렵게 고학생활을 하느라 4년 만에 고교(부산고)를 졸업했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몇 개월을 허송세월 하다 치른 9급 체신공무원 시험에 덜컥 붙어 지방 우체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나 1년을 가지 못했다.
다시 9급 공무원시험에 응시해 경남 거제군교육청에 배치받은 이 차관은 탁월한 업무 처리와 원만한 대인 관계를 인정받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지 5년 만에 본부 입성(교육부 총무과)에 성공한 이후 교육부 총무과장, 공보관, 부산시부교육감, 지방교육행정국장, 기획관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장관이 7차례 바뀐 3년반 동안 기획관리실장을 맡아 대국회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뛰어난 친화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발치수 320㎜ 마당발’로 불렸다. 교육부 내ㆍ외부에서 ‘차관 0순위’라는 말이 나올 법도 했지만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처음 단행된 차관 인사 명단에 그는 없었다. 영남 출신 장관이 오는 바람에 낙마했다.
2004년 7월 교원공제회이사장으로 물러나 있던 그를 이해찬 총리가 비서실장으로 부르면서 ‘화려한 복귀’가 예고됐다.
사실 이 총리와 그의 인연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했던 1998~99년 교육환경개선국장을 맡아 당시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교원정년 단축 등 굵직굵직한 개혁 현안 추진에 몸을 던졌다.
일을 맡기면 ‘100% 완제품’을 들고 나타나는 그를 이 총리는 사석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물”로 표현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행정의 달인’ ‘처세술의 귀재’라는 다소 상반된 닉네임처럼 그의 교육부 차관 임명을 놓고 교육계 내에서도 말들이 무성하다.
“1차례 물 먹었던 인물이 다시 차관이 된 것은 전례 없는 ‘코드 인사의 전형’”이라는 비판과 “실타래 처럼 얽힌 교육계 숙제를 풀 적임자는 이기우뿐”이라는 지지가 그에게는 강력히 교차하고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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