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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對面

입력
2006.02.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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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무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자격과 능력을 갖춘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는 집에서 컴퓨터로 일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법이다.

2001년 통과된 이 법에 따르면 금년 말까지 모든 연방기관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안을 주도한 의원은 버지니아 출신의 프랭크 월프 하원의원.

그는 정보통신 시대가 열린 이래 지난 10여년간 법의 성안을 위해 끈질긴 노력을 폈다. 그럼 내년부터 미국 공무원들의 재택근무가 실현될까. 답은 ‘아니다’이다.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는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터넷과 이메일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데, 같은 일을 구태여 사무실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월프 의원의 논리다. 재택근무가 가져다 주는 사회 경제적 비용절감 효과에 그는 주목한다.

월프 의원이 드는 ‘재택’의 이점은 우선 도시의 교통혼잡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와 공해를 줄이는 효과도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단순히 비용의 관점 뿐 아니라 대형 재난이나 국가 비상시 정부 업무나 경제활동의 중단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만 말하자면 재택근무로 회사나 정부가 못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21세기 정보통신 시대의 역설이다.

예를 들어 미국 하이테크의 심장 도시라 할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샌디에이고 시애틀 덴버 오스틴 등이 최악의 교통난을 겪는 대도시의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월프 의원에 대한 직접 반박이 된다. 왜 그럴까. 시쳇말로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람 사회에서는 여전히 ‘눈도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직과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봐야만 할 사회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지적된다. 지위나 권한을 확인하고 행사하려는 원초적 심리, 떨어져 있을 경우 경쟁이나 소외에 대한 상대적 두려움, 그리고 대면(對面)에 대한 인간적 의례적 본성 등은 없앨래야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이 번창할수록 대면의 가치는 더 커지며, 사람끼리 직접 만날 때 생산성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갖는다.

대통령에 대한 각 부처의 연두 대면 보고가 올해부터 폐지됐다는 소식, 여야가 장외정치를 접고 국회의 대면 정치를 복원한 결정 등을 보면서 해 본 생각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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