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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공약·민원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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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공약·민원 '황당'

입력
2006.02.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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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31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과 황당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단체장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유권자들은 표를 미끼로 지자체에 무리한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과거에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사장됐던 각종 제안들이 재탕삼탕돼 부활하고 '안되면 말고'식 약속이 판을 치고 있다. 민원을 앞세워 사사로운 개인사를 해결하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아예 크고 작은 지역 현안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전국 표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심성 민원과 황당한 민원 사례를 고발한다.

● 황당 공약 사례

예산대책 없어 거의 불가능

강현욱 전북지사는 최근 익산시 왕궁면 한센병환자 정착촌인 왕궁특수지역에 도청간부와 시ㆍ도의원, 기자, 주민 등 200여명을 초청,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축산폐수발생에 따라 수십년간 민원이 제기됐던 이 일대 124만평을 매입해 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4월 추경에서 용역비 등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7,000억원에 달하는 이주보상비와 개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강 지사는 또 인도 중국 동남아 등에 수출교두보를 만들어 뉴실크로드를 만들어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발표에 이어, 변산반도와 고군산열도 일대를 국제해양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거창한 약속도 거침없이 했다. 뉴실크로드 계획이야 희망사항이라고 하지만 2009년까지 새만금방조제 중앙에 위치한 신시도에 330㎙ 높이의 타워와 케이블카, 진입도로 등을 건립하는 국제해양관광지 개발은 그야말로 뜬 구름잡는 얘기이다. 민간자본 등 1,05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계획을 세웠다가 타당성 조사후 백지화했거나 전면보류됐던 공약들도 재탕 삼탕돼 나오고 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장식 경북 포항시장은 최근 호미곶에서 북구 흥해읍까지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사업은 수천억원의 사업비, 시공상 어려움 등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났던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인천시가 지난해말부터 인천국제공항 인근 중구 을왕동 6만여평에 추진중인 전통민속공예촌 건립사업도 지난해 2월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지원 논란 등으로 철회했던 것이다.

부산시가 지난 26일 발표한 ‘부산발전 2020 비전과 전략’도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산시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아시안 게이트웨이’ 등 7개 프로젝트 54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사업의 경우 중앙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데다 15년간 투입될 80조원의 사업비에 대한 재원조달방안에도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산을 해양관광, 국제비즈니스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부산하버랜드 조성계획 등을 밝혔지만 현재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 신축하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천시도 관광개발활성화를 위해 1조원이 넘는 재원을 투자해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3곳과 월미도, 강화도 등 도서지역의 권역별 대단위 관광개발사업을 2011년까지 추진키로 했지만 사업비 확보는 물론, 중복개발 논란도 일고 있다.

● 황당 민원 사례

지역현안 놓고 표 흥정·협박

대구의 A구청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고위 공무원 A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한 유권자가 "우리 동네에 지정돼 있는 그린벨트를 풀어주면 주민들의 표를 몰아주겠다"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A씨는 특히 해당 주민들이 다른 출마 예정자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전화를 걸어 표를 흥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주민들이 표에 민감한 후보자들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거 공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5ㆍ31 지방선거가 황당한 민원의 '볼모'가 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각 후보자들에 대한 이익집단의 단순 민원에서부터 압력행사에 이르기까지 상식이하의 요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협박'이 어김없이 따라 붙는다.

수도권 A시는 선거철만 되면 B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위를 지나가는 고압 송전탑을 옮겨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고압송전탑이 있던 땅에 학교를 세우는 바람에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지만 한국전력측은 "송전탑 옆에 학교를 지어놓고 송전탑을 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송전탑 요구에는 학습권 확보도 있지만 인근 아파트 값?떨어질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며 "한전측 입장에서 보면 다소 황당한 민원이지만 선거철이 되면서 민원을 모른 채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경북 구미시도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업체에 압력을 넣어달라"는 B마을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시는 "동네가 주 도로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케이블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이냐"며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민원이 접수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전남 C시장의 부속실은 최근 표심을 내세운 영세민들의 민원창구가 되다시피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와 "왜 기초생활생수급자에 포함시켜주지 않느냐. 선거 때 두고 보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억울한 판결을 뒤집어 달라" "땅 권리금을 찾아달라" "아파트 동대표의 잘못된 운영행태를 바로잡아달라" "체납 월급을 받아 달라"는 등 선거를 통해 해결하려는 '억지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최진혁 교수는 "이는 선거철마다 무모한 선심공약을 남발한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며 "선진국들처럼 어릴 적부터 성숙한 정치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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