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사 세드릭(콜린 퍼스)은 홀아비로 자녀들과 근근히 살아간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7남매라는 대식구를 먹여 살리기는 쉽지 않은 일.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모 아델라이드 백작부인의 원조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엄마 없는 하늘 아래 7남매는 천방지축 마냥 즐거워보인다. 그들의 장난기는 도를 넘어 악동 수준이다. 아빠가 새 장가를 가는 데 정신이 팔리자 불만의 표시로 유모가 들어오는 족족 엽기적인 행각으로 쫓아낸다. 그러나 알고 보면 백작부인의 원조 조건은 세드릭의 재혼. 백작부인은 새 배필을 맞이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끊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뿔뿔이 흩어놓겠다고 윽박지른다.
새 유모 찾기에 골치 아파하던 세드릭 앞에 마녀와도 같은 맥피(엠마 톰슨)가 나타난다. 맥피는 뭉툭한 코에 일자 눈썹, 입을 비집고 나온 커다란 뻐드렁니가 인상적인 ‘얼꽝’이다. 그러나 맥피는 외모와 달리 지팡이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금새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본가 워킹타이틀의 영화인 만큼 소재와 주제는 지극히 말랑말랑하고 가볍다. 아빠와 아이들이 묵은 오해를 풀고 진한 가족애를 나누게 된다는 내용은 온 가족이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춤추는 당나귀와 맥피의 신비로운 마술은 동심을 충분히 자극할 만하다.
그러나 뚜렷한 갈등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 만큼 감동의 깊이는 얕고 따스함의 온도치도 그리 높지 않다. 지성파 여배우 엠마 톰슨이 마음 먹고 망가진 것은 확실한 볼거리다. 톰슨은 각색까지 하며 영화에 열의를 보였다. 영국 추리소설 작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어린 시절 들은 동화를 엮어낸 ‘유모 마틸다’를 옮겼다. 커크 존스 감독. 3일 개봉. 전체관람.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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